강아지 사료, 봉투에 적힌 급여량만 믿다가 한 소리 들었습니다

강아지 사료 먹는 반이 사진

몇 해 전 반이 건강검진에서 체중이 조금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저는 사료 봉투 뒷면에 적힌 권장 급여량을 계량컵으로 재서 정확하게 지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원장님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놓친 게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그 표가 평균값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4.5킬로그램이라도 하루 종일 뛰어노는 아이와 대부분 누워 있는 아이가 쓰는 에너지는 완전히 다릅니다. 반이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 하루에 몇 번씩 쥐여 주던 간식이 그 계산에 하나도 안 들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봉투 앞면의 문구도, 뒷면의 급여량 표도 그대로 믿지 않게 됐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알아본 강아지 사료 고르는 기준과 급여 요령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급여량 표는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권장 급여량은 지키되, 거기서 끝내면 안 됩니다. 간식 열량까지 더해서 하루 총량으로 봐야 하고, 아이 반응을 보며 조금씩 조절해 나가는 게 맞습니다.

기준으로 삼기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2주에 한 번쯤 갈비뼈를 만져 보는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옆구리를 쓸었을 때 갈비뼈가 만져지되 눈에 보이지는 않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힘을 줘야 겨우 만져진다면 양을 줄일 때가 된 것이고, 굳이 만지지 않아도 도드라져 보인다면 늘려야 합니다.

저는 체중계 숫자보다 이 방법이 훨씬 정확하다고 느낍니다. 소형견은 몇백 그램 차이가 사람 몇 킬로그램에 해당하는데, 가정용 저울로는 그 변화를 잡아내기 어렵거든요.

첫 줄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원재료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히기 때문에 맨 앞이 그 사료의 중심입니다.

닭고기나 연어, 양고기처럼 동물 이름이 명확한 원료가 첫 줄에 있으면 좋은 신호입니다. 반대로 첫 줄이 옥수수나 소맥분이고 고기가 네다섯 번째로 밀려 있다면, 앞면에 아무리 신선한 고기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어도 다시 봐야 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분말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것입니다. 원재료는 가공 전 무게로 적히는데, 생고기는 수분을 잔뜩 머금은 상태라 앞줄에 오기 유리합니다. 반대로 닭고기 분말은 이미 수분을 뺀 상태라 단백질 밀도가 높습니다. 문제는 분말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동물인지 적혀 있느냐입니다. 육류 부산물밀이나 동물성 유지처럼 종을 감춘 표현이 주의 신호입니다.

조단백 수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수치는 질소량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는 식물성 원료를 넣어도 똑같이 올라갑니다. 숫자보다 그 단백질이 어디서 왔는지가 중요합니다.

나이가 바뀌면 기준도 바뀐다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영양이 달라서, 같은 사료를 평생 먹일 수는 없습니다.

  • 퍼피(1년 미만) — 조단백 22.5퍼센트 이상, 조지방 8.5퍼센트 이상이 기준으로 쓰입니다. 골격이 자라는 시기라 칼슘과 인의 균형도 봐야 합니다.
  • 성견(1년 이상) — 조단백 18퍼센트 이상, 조지방 5.5퍼센트 이상입니다. 활동량에 따라 지방 수준을 조절하는 게 핵심입니다.
  • 시니어(7세 이상) — 조단백 18에서 24퍼센트, 조지방 10퍼센트 이하가 참고 기준입니다. 소화가 잘 되는지, 신장에 부담이 덜한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반이는 시니어 구간에 들어온 지 10년이 됐습니다. 요즘은 성분 수치보다 씹기 편한가를 먼저 봅니다. 이가 약해져서 알갱이가 크면 그대로 남기거든요. 그래서 사료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 불려 주는데, 이러면 수분 섭취까지 같이 챙길 수 있어 저희 집에서는 이 방식이 정착했습니다.

눈물과 발 핥기가 반복된다면

특정 사료만 먹으면 귀가 붉어지거나 발을 계속 핥는다면 식이 알레르기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사료에 들어간 특정 단백질에 몸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닭고기가 대표적입니다. 소화율이 좋고 아미노산도 풍부한 훌륭한 원료지만, 워낙 오래 자주 접한 재료라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은근히 많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연어나 양고기처럼 접해 본 적 없는 단백질원으로 바꾸거나, 고기 한 종류만 쓴 단일 단백질 사료로 원인을 좁혀 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엇을 고르든 바꿀 때는 7일에서 10일에 걸쳐 천천히 하셔야 합니다. 기존 사료에 새 사료를 조금씩 섞어 비율을 올려 가는 식입니다. 한 번에 갈아 버리면 장이 적응할 시간이 없어 무른 변이나 설사로 이어집니다.

성분표에서 걸러낼 다섯 가지

  1. 종을 감춘 원료 — 가금류, 육류 부산물밀, 동물성 유지처럼 어떤 동물인지 안 적힌 것들입니다. 품질 편차가 큽니다.
  2. 인공 색소 — 적색이나 황색 몇 호 같은 표기입니다. 알록달록한 알갱이는 사람 눈을 위한 것이지 아이에게는 아무 이득이 없습니다.
  3. 설탕과 콘시럽 — 기호성을 억지로 올리려고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래 먹으면 체중과 치아에 좋을 게 없습니다.
  4. 프로필렌 글리콜 — 말랑한 반습식 제품에서 촉촉함을 유지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유해성 논란이 있어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5. 과도한 셀룰로오스 — 영양가 없이 부피만 채우는 용도로 쓰일 수 있습니다. 상위에 올라와 있다면 다시 보셔야 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영양 전문가도 아니라 여기 적은 수치는 참고 기준일 뿐입니다. 신장이나 관절, 알레르기 문제가 있거나 처방식을 먹고 있는 아이라면 성분표만 보고 임의로 바꾸지 마시고 담당 수의사와 먼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가장 정직한 답은 변에 있습니다

사료를 바꾸고 나면 저는 며칠 동안 배변 상태를 봅니다. 바닥에서 깔끔하게 떨어지는 단단함이면 잘 맞는 것이고, 양이 눈에 띄게 늘거나 무르면 흡수가 안 되고 그냥 나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터넷 등급표도, 남들의 후기도 결국 참고일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비싸고 성분이 훌륭해도 우리 아이가 입을 안 대거나 설사를 하면 그 사료는 좋은 사료가 아닙니다. 반이의 열일곱 해 동안 사료를 몇 번 바꿨는지 이제 세지도 못하는데, 매번 정답을 알려준 건 봉투가 아니라 아이 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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