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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가 여덟 살이 되면서 사료를 한번 점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펫샵에 가서 제품 뒷면을 하나씩 뒤집어 보는데, 습식캔에는 조단백 11퍼센트라고 적혀 있고 바로 옆 건사료에는 32퍼센트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세 배 차이입니다. 그럼 습식은 거의 물이나 마찬가지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걸렸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코드를 들여다보는 일을 하는데, 이런 식으로 조건이 다른 두 값을 그냥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대개 결론이 틀립니다. 습식캔 수분 함량이 80퍼센트라고 적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저 11퍼센트는 물을 잔뜩 머금은 상태의 숫자였던 겁니다.
그 자리에 서서 휴대폰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결과를 보고 좀 멍했습니다.
오늘은 그날 이후로 제가 알아본 고양이 사료 성분표 읽는 법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등급 표시는 공식 기준이 아니었다
포장 앞면에 큼직하게 붙어 있는 홀리스틱이나 슈퍼 프리미엄, 휴먼그레이드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게 어딘가에서 인증해 주는 등급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이 표현들은 정부나 공식 기관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제조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마케팅 문구에 가깝습니다. 인터넷에 도는 사료 등급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누군가 정리해 놓은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조단백 수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숫자가 높다고 좋은 게 아니라 그 단백질이 어디서 왔는지가 더 중요하더군요. 대두나 밀 글루텐 같은 식물성 원료를 넣어 수치만 올린 사료는, 완전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을 제대로 채워 주기 어렵습니다. 활동량이 적은 실내 성묘에게 무턱대고 고단백을 먹였다가 소화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앞면이 아니라 뒷면이었습니다.
첫 줄이 아니라 위에서 다섯 줄을 보세요
원재료는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맨 앞에 뭐가 오는지가 중요합니다.
좋은 신호는 닭고기, 연어, 오리고기처럼 동물 이름이 구체적으로 적힌 원료가 첫 줄에 오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육골분이나 가금류 부산물, 동물성 단백질원처럼 뭉뚱그린 표현이 앞에 있으면 어떤 재료가 어떤 상태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부산물이라는 말만 보고 무조건 나쁘다고 볼 일은 아닙니다. 내장이나 연골은 야생에서 고양이가 통째로 먹던 부위라 영양가가 좋습니다. 문제는 부산물 자체가 아니라 출처와 위생을 알 수 없는 경우입니다.
첫 줄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있습니다. 원료 쪼개기라는 게 있어서, 실제로는 밀이 제일 많이 들어갔는데 통밀과 밀 글루텐, 밀 배아로 나눠 적으면 각각의 순위가 내려가고 고기가 앞으로 올라옵니다. 그래서 첫 줄 하나가 아니라 위에서 다섯 줄쯤을 한 번에 훑어보셔야 합니다.
습식과 건식은 그냥 비교하면 안 된다
제가 펫샵에서 멍해졌던 이유가 이겁니다.
건사료는 수분이 10퍼센트 안팎이고 습식캔은 70에서 80퍼센트가 물입니다. 표시된 숫자가 서로 다른 조건에서 나온 값이라 그대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물을 완전히 걷어냈다고 가정하고 환산해야 공평해집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단백질 표시값 ÷ (100 − 수분 표시값) × 100
그날 제가 들고 있던 두 제품에 넣어 봤습니다.
- 습식캔: 단백질 11퍼센트, 수분 80퍼센트 → 11 ÷ 20 × 100 = 55퍼센트
- 건사료: 단백질 32퍼센트, 수분 10퍼센트 → 32 ÷ 90 × 100 = 약 35.5퍼센트
세 배 낮아 보이던 습식캔이 실제로는 건사료보다 훨씬 단백질 비중이 높았습니다. 계산기로 30초면 끝나는 일인데, 저는 그동안 표시된 숫자만 보고 습식을 물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이 계산이 습식만 먹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건사료는 보관이 편하고 하루 종일 조금씩 먹는 아이에게 맞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두 제형을 두고 어느 쪽이 단백질이 높은지 따질 때는 표시된 숫자가 아니라 환산한 값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레인프리가 저탄수는 아니다
곡물이 안 들어갔으니 살찔 일 없겠거니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도 오해였습니다.
사료 알갱이를 단단하게 빚으려면 전분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그레인프리 제품은 곡물을 빼는 대신 감자나 고구마, 완두콩, 타피오카를 넣습니다. 전부 전분이 많은 재료라, 어떤 제품은 오히려 일반 사료보다 탄수화물 비중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탄수화물 비율은 성분표에 따로 적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레인프리라는 문구를 봤다면, 원재료 목록 앞쪽에 전분류가 여러 개 몰려 있지는 않은지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성분표에서 확인할 다섯 가지
- 주식인지 간식인지 먼저 확인하세요. AAFCO 같은 기준을 충족한 종합영양식이라는 표시가 있어야 주식으로 쓸 수 있습니다. 간식캔을 매일 주식처럼 주면 영양이 기웁니다.
- 첫 원료가 실명 육류인지 보세요. 닭고기처럼 종이 특정되어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 위에서 다섯 줄을 함께 보세요. 같은 곡물이 이름만 바꿔 여러 번 등장하는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 보존제를 확인하세요. BHA나 BHT, 에톡시퀸 같은 합성 보존제보다는 토코페롤이나 로즈마리 추출물 쪽이 낫습니다.
- 마지막 판단은 아이가 합니다. 아무리 평이 좋아도 우리 아이가 안 먹거나 설사를 하면 그 사료는 안 맞는 겁니다. 소량으로 먼저 시험해 보시고, 바꿀 때는 기존 사료에 조금씩 섞어 일주일 이상 두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애쉬와 8년을 지내며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영양 전문가도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특히 신장이나 체중, 알레르기 문제가 있거나 처방식을 먹고 있는 아이라면 성분표만 보고 임의로 바꾸지 마시고 담당 수의사와 먼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앞면 대신 뒷면을 봅니다
요즘 저는 펫샵에서 제품을 집으면 곧바로 뒤집습니다. 앞면의 큰 글씨는 거의 읽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그동안 산 건 사료가 아니라 포장지였던 것 같습니다. 비싸고 그럴듯한 수식어가 붙어 있으면 좋은 거려니 하고 계산대로 갔으니까요. 뒷면 작은 글씨에는 그런 수식어가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만 순서대로 적혀 있을 뿐입니다. 애쉬가 앞으로 먹을 것을 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전부 거기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