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캣타워, 개가 있는 집에서 8년째 써보고 정리한 기준

우리집 캣타워

애쉬가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아이는 세 시간 동안 냉장고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그 집에는 이미 반이가 있었거든요. 당시 아홉 살이던 반이는 낯선 존재를 보고 흥분해서 짖었고, 애쉬는 개를 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간 것입니다. 밥그릇을 냉장고 옆에 올려놓고 기다리는 동안, 저는 이 상황이 며칠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 주에 캣타워를 주문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저는 캣타워를 고양이가 노는 놀이 기구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테리어를 해치는 큰 가구를 굳이 들여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검색을 시작하니 4만 원대 종이 제품부터 30만 원이 넘는 원목 제품까지 가격대가 너무 넓어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그때 제가 헤매며 배운 고양이 캣타워 고르는 기준을, 8년을 써본 지금의 눈으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캣타워는 놀이터가 아니라 대피처다

고양이가 높은 곳을 찾는 건 취향이 아니라 본능입니다. 야생에서 높은 곳은 포식자를 피하고 주변을 살피는 자리였고, 실내에서 사는 아이들에게도 그 습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에 수직 공간이 없으면 고양이는 사람이 쓰는 가구를 대신 씁니다. 냉장고 위, 책장 꼭대기, 커튼 봉 같은 곳입니다. 발 디딜 곳이 좁고 미끄러워 떨어지기 쉬운 자리들이죠. 애쉬가 올라가 있던 냉장고 위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수직 공간이 부족하면 활동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고양이는 넓게 걷기보다 오르내리며 움직이는 동물이라, 평면만 있는 집에서는 하루 운동량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지루함도 쌓입니다. 겁이 많거나 예민한 아이일수록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지켜볼 자리가 없으면 불안해한다고 하더군요. 애쉬가 딱 그런 성격이었습니다.

스크래쳐와 헷갈리기 쉬운데 역할이 다릅니다. 스크래쳐가 발톱을 관리하고 영역을 표시하는 물건이라면, 캣타워는 안전하게 쉬고 내려다볼 자리를 만들어 주는 공간입니다. 둘 중 하나로 다른 하나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개가 있는 집이라면 기준이 하나 더 붙는다

이건 다묘 가정 이야기만큼 자주 언급되지 않는데, 저희 집에서는 이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강아지가 먼저 살던 집에 고양이가 들어오면, 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놀 곳이 아니라 개가 닿지 못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캣타워를 고를 때 저는 딱 두 가지만 봤습니다. 반이가 뒷발로 서도 닿지 않는 높이의 발판이 최소한 하나 있을 것, 그리고 반이가 오가는 동선에서 비켜난 자리에 놓을 수 있을 것.

효과는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캣타워를 놓고 사흘쯤 지나자 애쉬가 냉장고 대신 2단 발판에 자리를 잡았고, 거기서 반이를 한참 내려다보더군요.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자리가 생기니 오히려 도망갈 일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반이가 그 아래를 지나가도 애쉬는 눈만 껌뻑입니다.

형태는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 원목형 — 무거워서 아이가 뛰어올라도 흔들림이 적습니다. 해먹이나 하우스가 함께 붙은 제품이 많습니다. 대신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택배 박스가 무거워 방까지 옮기는 것부터 일입니다.
  • 캣폴형 — 바닥과 천장을 기둥으로 고정해 바닥 면적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좁은 집에 유리하지만 천장 높이를 정확히 재야 하고, 고정력이 풀리지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조여 줘야 합니다. 국내 아파트 천장은 대개 석고보드라 단단한 지지대가 지나는 자리를 찾아 고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계단형 — 발판 간격이 좁고 경사가 완만합니다. 아직 어린 아이나 점프가 부담스러운 아이에게 맞습니다.
  • 창문·선반형 — 벽이나 창틀에 붙이는 형태로 바닥을 전혀 쓰지 않습니다. 다만 흡착식은 체중을 견디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여덟 살이 되니 보는 곳이 달라졌다

처음 캣타워를 살 때 제가 본 건 높이였습니다. 높을수록 좋은 줄 알았습니다.

애쉬가 여덟 살이 된 지금은 발판 사이 간격을 봅니다. 얼마 전부터 제일 위 칸으로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서 한 박자 멈추는 일이 생겼거든요. 아직 노묘라고 할 나이는 아니지만, 스무 살 무렵의 저를 지나온 반이를 옆에서 보고 있으니 이런 변화가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간격이 넓은 제품은 젊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몇 년 뒤에 아이가 못 쓰게 됩니다. 캣타워는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물건이니, 지금의 점프력이 아니라 몇 년 뒤를 기준으로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사기 전에 확인할 네 가지

  1. 조립한 뒤 손으로 흔들어 보세요. 사람이 밀어서 흔들리면 고양이가 우다다로 뛰어올랐을 때는 훨씬 크게 흔들립니다. 한 번 무서운 경험을 하면 아이는 다시 올라가지 않습니다.
  2. 발판 간격을 아이 기준으로 재세요. 제품 사진으로는 가늠이 안 됩니다. 지금 아이가 편하게 뛰어오르는 높이를 한번 눈으로 재보고 그 범위 안에 있는지 보시면 됩니다.
  3. 스크래쳐 면적이 넓은지 보세요. 기둥을 감싼 면적이 넓을수록 아이가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발톱을 관리합니다.
  4. 놓을 자리부터 정하고 제품을 고르세요. 캣타워를 안 쓰는 가장 흔한 이유는 제품이 아니라 위치입니다. 사람이 오가는 게 보이고 창밖이 내다보이는 자리여야 합니다. 저희 집도 처음엔 안방 구석에 뒀다가 거실 창가로 옮기고 나서야 애쉬가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애쉬가 한집에서 지내는 8년 동안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행동 전문가도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특히 관절이나 다리에 이미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 높이와 동선을 정하기 전에 담당 수의사와 먼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냉장고 위는 이제 비어 있다

애쉬는 요즘도 하루의 절반쯤을 캣타워 위에서 보냅니다. 여덟 해 전 냉장고 위에서 굳어 있던 아이가, 이제는 같은 방식으로 집 안을 내려다보면서도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그때 제가 산 건 가구가 아니라 애쉬의 자리였습니다. 반이가 있는 집에서 애쉬가 자기 몫의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된 뒤에야 두 아이는 서로를 견딜 만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냉장고 위는 8년째 비어 있고, 저는 그게 이 집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