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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를 데려오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화장실 앞에서 반이가 코를 박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모래를 앞발로 헤집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인 줄 알고 떼어놨는데, 며칠 지나 보니 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개가 고양이 모래를 삼키는 건 드문 일이 아니고, 특히 물에 닿으면 단단하게 뭉치는 종류는 몸 안에서도 그럴 수 있다더군요. 그 문장을 읽고 그날 저녁에 바로 화장실 위치부터 옮겼습니다.
그렇게 저는 고양이 모래를 두 번 갈아엎었습니다. 처음 한 번은 애쉬가 거부해서, 두 번째는 반이 때문에.
오늘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고양이 모래 고르는 기준을 8년 차 집사의 눈으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시중 제품은 원료에 따라 대략 셋으로 갈립니다.
- 벤토나이트 — 흙과 가장 비슷해서 아이들이 제일 잘 받아들입니다. 응고력도 좋습니다. 다만 먼지가 날리고 무거우며, 발에 묻어 나오는 사막화가 심합니다.
- 두부 모래 — 콩비지가 원료라 가볍고 버리기 편합니다. 대신 냄새를 잡아 주는 광물 성분이 없어 탈취력이 약하게 느껴질 수 있고, 젖은 부분이 부스러지면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 카사바 모래 — 먼지가 적고 응고가 단단하게 됩니다. 색이 밝아서 소변 상태를 확인하기 좋다는 게 큰 장점인데, 가격대가 높은 편입니다.
애쉬는 처음에 두부 모래를 줬다가 사흘 만에 화장실 밖에 실례를 했습니다. 발에 닿는 감촉이 안 맞았던 모양입니다. 결국 벤토나이트로 돌아갔는데, 지금은 벤토나이트에 카사바를 7대 3 정도로 섞어 쓰고 있습니다. 기호성은 벤토나이트 쪽에서 가져오고 색은 카사바 쪽에서 얻는 셈입니다.
개가 있는 집이라면 기준이 하나 더 붙는다
이게 저희 집에서 제일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강아지가 고양이 화장실을 뒤지는 집이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모래를 고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개가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저는 세 가지를 동시에 바꿨습니다. 첫째로 화장실을 반이가 들어가지 못하는 방으로 옮겼고, 둘째로 입구가 위에 있는 형태로 바꿔서 코를 들이밀기 어렵게 했습니다. 셋째로 모래를 섞어 쓰면서 식물성 비중을 올렸습니다. 벤토나이트를 완전히 뺄 수는 없었지만, 만약 반이가 조금 주워 먹더라도 위험이 덜한 쪽으로 무게를 옮긴 것입니다.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방을 바꾼 첫 주에 반이가 문 앞을 몇 번 서성이더니 이내 관심을 껐고, 그 뒤로는 화장실 근처에 가지 않습니다. 애쉬도 개가 오가지 않는 자리에서 볼일을 보게 되니 예전보다 오래 머물다 나옵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자면, 어린 고양이도 모래를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기 고양이를 들이신다면 뭉치는 모래는 피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바꿀 때는 반드시 섞어서
모래를 갈아엎으며 제일 크게 배운 건 이겁니다. 새 모래를 한 번에 부으면 아이는 화장실을 거부합니다.
기존 모래에 새 모래를 20퍼센트쯤 섞는 것부터 시작해서, 1주에서 2주에 걸쳐 비중을 서서히 올리셔야 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건너뛰었다가 침대 위에 실례를 당했습니다. 아이가 심술을 부린 게 아니라 화장실이 낯설어졌다는 신호였습니다.
깊이도 중요합니다. 보통 5에서 7센티미터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이보다 얕으면 덮을 수가 없어 아이가 불편해합니다. 화장실 개수는 고양이 마릿수에 하나를 더하는 게 기본이라, 애쉬 한 마리인 저희 집도 두 개를 둡니다. 처음에는 한 마리에 두 개가 과하다 싶었는데, 하나가 지저분할 때 다른 하나로 가더군요. 아이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있는 셈입니다.
청소 주기가 모래 종류보다 중요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떤 모래를 쓰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치우느냐가 체감 차이를 훨씬 크게 만듭니다.
고양이는 화장실이 더러우면 참습니다. 참다가 엉뚱한 데 실수하거나, 더 나쁘게는 소변을 오래 참아 비뇨기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굳은 소변과 대변은 하루 한두 번 걷어내고, 모래 전체를 비우고 통을 씻는 건 2주에서 4주 사이가 적당합니다. 씻을 때는 향이 강한 세제 대신 중성 세제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 쓰고, 완전히 말린 뒤 새 모래를 부어야 합니다.
버릴 때도 구분이 있습니다. 벤토나이트는 광물이라 불연성 쓰레기 마대에 버려야 하고, 두부나 카사바처럼 식물성 원료는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을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니 한 번은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변기에 버리는 건 어느 쪽이든 권하지 않습니다. 배관에 남아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덟 살이 되니 색을 보게 됐다
카사바를 섞기 시작한 이유가 처음에는 응고력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이유가 더 큽니다.
애쉬가 여덟 살이 되면서 저는 감자를 걷어낼 때 색을 봅니다. 밝은 모래 위에서는 소변에 붉은 기가 도는지가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고양이는 아픈 걸 숨기는 동물이라 화장실이 거의 유일한 알림창입니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데 나오는 양이 적거나, 색이 이상하거나, 들어가서 우는 소리를 낸다면 그날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라고 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애쉬와 8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특히 배뇨 습관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모래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 하부요로 질환이 아닌지 동물병원에서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결국 아이가 고르는 물건이었다
지금 애쉬의 화장실은 반이가 못 들어가는 방 구석에 있고, 그 안에는 두 종류가 섞인 모래가 7센티미터쯤 깔려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8년이 걸렸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고른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두부 모래를 물린 것도 애쉬였고, 결국 벤토나이트로 돌아가게 만든 것도 애쉬였습니다. 저는 아이가 안 쓴다는 신호를 읽고 뒤늦게 따라간 것뿐입니다. 화장실 밖에 남긴 실례 한 번이 사실은 가장 정확한 후기였던 셈입니다. 고양이 모래를 고르는 일은 결국 사람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떤 걸 밟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는 일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