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미용, 열일곱 살이 되니 두 번에 나눠 하게 됐습니다

강아지 미용 후 사진

지난달 반이를 데리러 미용실에 갔더니 원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음부터는 두 번에 나눠서 하시는 게 어떨까요.”

17년 동안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었습니다. 반이가 중간에 자꾸 주저앉으려 해서 쉬어 가며 했다고 하시더군요. 데려온 반이는 평소보다 훨씬 지쳐 있었고, 집에 오자마자 제 발밑에 엎드려 한참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알았습니다. 저는 17년간 미용을 아이를 예쁘게 만드는 일로만 생각해 왔는데, 어느새 반이에게는 버텨 내야 하는 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다시 알아본 강아지 미용의 기준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미용은 네 가지로 나뉜다

미용실에 예약할 때 명칭을 모르면 소통이 어긋나기 쉽습니다. 목적에 따라 크게 넷으로 갈립니다.

  • 위생미용 — 발바닥, 발가락 사이, 항문과 생식기 주변, 눈가처럼 청결이 필요한 부위만 정리합니다.
  • 부분미용 — 위생미용에 얼굴 컷이나 발등 라인 정리가 더해집니다.
  • 전체미용 — 몸 전체 털을 다듬는 것입니다.
  • 홈 케어 — 집에서 빗질하고 주변을 간단히 정리하는 모든 행동입니다.

무작정 전체미용부터 잡기보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게 뭔지 정하는 게 먼저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구분 없이 그냥 “미용해 주세요”라고만 말해 왔습니다.

예뻐지는 것보다 위생미용이 먼저다

부위마다 방치했을 때 생기는 문제가 다릅니다.

  • 발바닥 패드 — 털이 패드를 덮으면 마룻바닥에서 미끄러집니다. 소형견에게는 슬개골에 그대로 부담이 갑니다. 서 있을 때 패드 위로 털이 삐져나와 있으면 정리할 때입니다.
  • 발가락 사이 — 통풍이 안 되고 목욕 후 습기가 남으면 지간염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 항문과 생식기 주변 — 배변 후 오물이 털에 뭉치면 피부염의 원인이 됩니다.
  • 눈가 — 털이 눈을 찌르면 눈물이 늘고 자국이 남습니다. 시야도 가립니다.

이 중에서도 발바닥은 2주에서 3주에 한 번쯤 확인해 주는 게 좋습니다. 반이가 나이 들면서 뒷다리에 힘이 빠진 뒤로, 저는 이걸 예전보다 훨씬 자주 봅니다. 미끄러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꽤 줄거든요.

눈가 정리는 특히 미루기 쉬운데, 반이도 한동안 눈물 자국이 짙어져서 걱정한 적이 있습니다. 병이 아니라 그저 털이 자라 눈을 찌르고 있었던 것이었고, 미용실에서 눈가만 다듬고 오니 며칠 만에 옅어졌습니다.

견종에 따라 미용의 의미가 정반대다

여기가 제가 가장 크게 오해했던 부분입니다.

털이 계속 자라는 견종과 속털이 두껍게 나는 이중모 견종은 미용의 의미가 정반대입니다. 실키테리어인 반이는 앞쪽입니다. 털갈이로 집이 뒤집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대신 털이 끝없이 자라서 관리하지 않으면 엉킵니다. 저희 집에서 미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입니다.

반대로 포메라니안이나 스피츠 같은 이중모 견종은 짧게 밀면 새 털이 듬성듬성 자라거나 아예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클리퍼 증후군이라고 부르더군요. 이 아이들에게 삭모는 시원해지는 일이 아니라 보호막을 걷어 내는 일에 가깝습니다.

털갈이 시기 관리도 견종에 따라 갈립니다. 봄과 가을에 속털이 크게 빠지는 아이들은 매일 짧게라도 빗어 주지 않으면 죽은 털이 새 털과 엉켜 통풍을 막습니다. 겉털만 대충 빗으면 소용이 없고, 결을 따라 층을 나눠 모근 쪽부터 빗어 올려야 합니다.

미용실에 맡길 때 우리 아이가 어느 쪽인지 한마디만 덧붙여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냥 짧게 해 달라고만 했는데, 실키는 밀면 바로 맨살이 드러난다는 걸 알고 나서는 길이를 남겨 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게 됐습니다.

셀프로 할 수 있는 선과 맡겨야 할 선

집에서 해 볼 만한 부위가 있고, 손대지 않는 게 나은 부위가 있습니다.

  1. 좁은 부위부터 시작하세요. 발바닥이나 엉덩이처럼 면적이 작은 곳부터 진동에 적응시켜 나가면 됩니다. 첫날부터 전체를 밀겠다고 덤비면 아이에게 미용 자체가 무서운 일이 됩니다.
  2. 클리퍼 날 온도를 중간중간 확인하세요. 오래 켜 두면 날이 뜨거워집니다. 손등에 살짝 대 봐서 뜨겁다 싶으면 바로 멈추셔야 합니다. 화상은 아이가 티를 잘 안 냅니다.
  3.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밀지 마세요. 눌러서 밀면 쓸린 자국이 남습니다. 피부와 평행하게 짧게 나눠 움직이는 게 안전합니다.
  4. 눈가와 귀 끝, 겨드랑이, 사타구니는 맡기세요. 피부가 얇고 접히는 부위라 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사고가 납니다.
  5. 거부 신호가 오면 그날은 접으세요. 헐떡임이 심해지거나 으르렁거리거나 계속 몸을 피한다면 싫증이 아니라 스트레스 신호입니다. 끝나고 나면 간식과 칭찬으로 마무리해서 다음번 거부감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미용사도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미용 후 피부가 붉어지거나 상처가 생겼다면, 또 심장이나 관절에 부담이 있는 아이라면 무리하지 마시고 담당 수의사나 전문 미용사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열일곱 살의 미용은 달라야 했습니다

노령견에게 미용에서 제일 힘든 건 가위가 아니라 오래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한 시간 남짓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 반이에게는 그 시간이 하루 산책보다 부담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전체미용은 두 번에 나눠서 하고, 그 사이에는 발바닥과 눈가 정도만 집에서 정리합니다. 모양은 예전만 못하지만, 데려왔을 때 반이가 지쳐 있지 않습니다. 미용실을 고를 때도 기준이 하나 늘었습니다. 노령견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지, 중간에 쉬게 해 줄 수 있는지를 예약할 때 미리 물어봅니다.

돌아보면 17년 동안 저는 미용실에 반이를 맡기고 예쁘게 나오기만 기다렸지, 그 안에서 아이가 몇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갈 때마다 묻습니다. 오늘은 얼마나 서 있었는지, 중간에 앉으려고 했는지를요.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