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옷 고르기, 열일곱 살 반이가 실내에서 떨던 날부터

반이 강아지옷 입은 사진

지난겨울 어느 저녁, 거실에서 반이가 떨고 있었습니다.

보일러는 틀어 둔 상태였고 아들도 반팔을 입고 있었으니 추운 집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반이는 몸을 웅크리고 꼬리를 다리 사이로 말아 넣고 있었습니다. 그 자세가 추위를 느낄 때 나오는 것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17년 동안 저에게 강아지옷은 사진 찍을 때 잠깐 입히는 물건이었습니다. 아이 몸에 털이 있는데 굳이 뭘 더 입히나 싶었고, 옷 입은 반이가 뻣뻣하게 굳어 한 발짝도 안 움직이는 걸 몇 번 보고는 아예 접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늘은 그때부터 알아본 강아지옷 고르기 기준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옷은 패션이 아니라 보호막이었다

찾아보니 옷은 체온 조절과 피부 보호를 돕는 물건이었습니다.

여름에 미용을 짧게 하고 나면 피부가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는데, 얇은 옷 한 겹이 방패가 되어 줍니다. 겨울에는 속털이 적은 소형견의 체온 유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실내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름철 에어컨 바람이나 겨울철 차가운 바닥 온도는 사람보다 바닥에 가까이 붙어 지내는 아이들에게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추위를 느낄 때 나오는 신호도 몇 가지 있더군요. 몸을 떨거나, 등을 구부리거나, 꼬리를 다리 사이에 넣거나, 낑낑거리는 것입니다. 반이가 그날 보여 준 게 정확히 그 목록에 있었습니다.

몸무게 말고 세 군데를 재세요

기성복을 살 때 몸무게만 보고 고르면 실패합니다. 같은 무게라도 견종마다 가슴 골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 가슴둘레 — 앞다리 바로 뒤, 몸통이 가장 넓은 부분입니다. 옷의 기준이 되는 치수라 이걸 제일 먼저 재야 합니다.
  • 목둘레 — 답답하지 않게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 등길이 — 목 뒤부터 엉덩이 위까지입니다. 이게 길면 옷이 끌리고, 짧으면 등판이 당겨져 걸음이 삐딱해집니다.

사이즈표 경계에 걸린다면 작은 쪽보다 한 치수 큰 쪽이 낫습니다. 다만 너무 크면 걷다가 다리가 옷 속으로 빠지는 사고가 생기니, 무작정 크게만 사시면 안 됩니다. 입힌 뒤에 앞다리를 앞뒤로 움직여 보고 겨드랑이가 쓸리지 않는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소재도 한 번 만져 보시는 게 좋습니다. 손으로 좌우로 당겼을 때 부드럽게 늘어났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정도면 활동하기 편합니다. 뻣뻣한 원단은 보기에 예뻐도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걸립니다.

계절과 상황마다 고르는 게 다르다

  • 여름 — 메쉬나 쿨링 소재로 가볍고 통풍이 되는 것을 고릅니다. 물에 적셔 입히는 제품이라면 바람이 안 통하는 실내에 젖은 채로 오래 두지 마세요. 습진으로 이어집니다.
  • 봄·가을 — 얇은 면 조끼나 맨투맨 정도면 충분합니다. 입고 벗기 편한 게 이 계절 옷의 미덕입니다.
  • 겨울 — 외출용 패딩과 실내용 후리스를 나눠 두면 활용도가 높습니다. 다만 속털이 두꺼운 장모종에게 과하게 입히면 오히려 더울 수 있습니다.
  • 비 오는 날 — 방수만 강한 두꺼운 비닐 소재는 안쪽에 열과 습기가 찹니다. 통기성이 있는지 함께 보셔야 합니다.

미용 전후로 사이즈가 달라진다

장모견을 키우신다면 이걸 꼭 알아 두셔야 합니다.

반이 같은 실키테리어는 털이 계속 자라서, 미용 직전과 직후의 몸집이 눈에 띄게 다릅니다. 털이 풍성할 때 딱 맞던 옷이 미용하고 오면 헐렁해져 흘러내리고, 반대로 미용 직후에 맞춰 산 옷은 두 달 뒤에 끼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렇게 나눕니다. 털이 길어진 시기에는 볼륨을 감안해 한 치수 여유 있게, 미용 직후에는 정사이즈로 봅니다. 계절만 생각하다가 미용 주기를 놓치면 같은 옷을 일 년에 절반밖에 못 씁니다.

열일곱이 되니 기준이 하나 더 생겼다

나이가 들면서 두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하나는 체온입니다. 근육이 줄고 대사가 느려지면서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온도에서도 반이가 춥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젊을 때는 옷이 선택이었는데 지금은 겨울 실내에서도 얇은 옷을 입혀 둡니다.

다른 하나는 입히는 과정 자체입니다. 옷을 입히려면 앞다리를 하나씩 들어 소매에 넣어야 하는데, 이 동작이 관절이 약해진 아이에게는 부담입니다. 반이는 이걸 싫어해서 한동안 옷 입히기가 실랑이였습니다.

그래서 머리부터 뒤집어씌우는 형태 대신 등 쪽이 열리는 형태로 바꿨습니다. 아이를 세워 둔 채로 등에 얹고 배 쪽에서 여미는 식이라, 다리를 들어 올릴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거 하나 바꾸고 나서 옷 입히는 게 30초 만에 끝나게 됐습니다.

세탁할 때도 주의할 게 있습니다. 면이나 다이마루 같은 원단은 건조기에 돌리면 줄어들어 못 입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털과 먼지를 털어 낸 뒤 자연 건조로만 말립니다.

입히기 전 확인할 네 가지

  1. 끈이 달린 후드는 피하세요. 아이가 밟거나 어딘가에 걸려 당겨지면 위험합니다.
  2. 단추나 비즈 장식이 없는 것으로. 물어뜯어 삼키는 사고가 실제로 있습니다.
  3. 배 쪽 길이를 확인하세요. 배 부분이 길면 소변이 옷에 묻습니다. 특히 수컷은 밑단 위치를 꼭 보셔야 합니다.
  4. 처음엔 가벼운 것부터. 옷을 입고 굳어 버리는 아이라면 신축성 좋은 얇은 조끼로 시작하고, 입힌 직후에 좋아하는 간식을 주면서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실내 온도가 충분한데도 계속 떨거나 몸을 웅크린다면 추위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동물병원에서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제 겨울에는 얇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요즘 반이는 겨울이면 집 안에서도 얇은 조끼를 입고 지냅니다. 처음 며칠은 여전히 어색해했지만, 이제는 제가 옷을 들면 알아서 다가와 섭니다.

돌아보면 17년 동안 반이는 한 번도 춥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몸을 웅크리고 꼬리를 말아 넣었을 뿐인데, 저는 그게 그냥 자는 자세인 줄 알았습니다. 강아지옷을 고르는 일은 결국 아이가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읽어 주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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