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우다다, 아랫집 인터폰을 받고 나서 알아본 것들

고양이 우다다 3마리 달리는 사진

작년 여름 저녁,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왔습니다.

“혹시 밤늦게 아이가 뛰나요?”

순간 아들 생각부터 났는데, 말씀하신 시간이 새벽 세 시였습니다. 그 시간에 아들은 자고 있었습니다. 뛴 건 애쉬였습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애쉬가 뛰는 걸 제대로 지켜봤습니다. 현관에서 안방까지 일직선으로 달렸다가, 방향을 홱 틀어 다시 거실로 돌아오는 코스를 몇 번이나 반복하더군요. 조용히 하라고 몇 번 불러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이걸 애쉬의 별난 습관 정도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알아본 고양이 우다다의 원인과 대처법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혼내서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다다는 대부분 남은 에너지와 사냥 본능이 만나 터지는 행동입니다.

실내에서만 사는 고양이는 야생에 비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참 적습니다. 그렇게 쌓인 에너지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것이 우다다입니다. 게다가 고양이는 해 질 무렵과 해 뜰 무렵에 사냥 본능이 가장 활발해집니다. 하필 사람이 자는 시간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신나게 달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건 그냥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이게 야단쳐서 고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뛸 때 관심을 주면 아이는 뛰는 행동과 보호자의 반응을 연결해 버립니다. 특히 조용히 시키려고 간식을 주는 건 최악입니다. 밤에 뛰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학습시키는 셈이거든요.

나이에 따라 양상이 다르다

1년 미만의 어린 고양이는 낮밤 가리지 않고 수시로 뜁니다. 이때는 한 번에 오래 놀아 주기보다 짧고 강한 놀이를 여러 번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1년에서 7년 사이의 성묘가 가장 까다롭습니다. 에너지를 새벽에 몰아서 쓰기 때문입니다. 애쉬가 딱 이 구간을 지나왔습니다.

7년이 넘으면 횟수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대신 관절이 예전 같지 않은 상태에서 미끄러운 바닥을 달리면 다칠 위험이 커지니, 이 시기부터는 소음보다 안전 쪽을 더 봐야 합니다.

저는 애쉬가 성묘 구간을 지나면서 새벽 우다다가 가장 심했던 시기를 겪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확실히 잦아들었는데, 대신 뛰다가 방향을 틀 때 미끄러지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의 종류가 바뀌는 셈입니다.

소리를 줄이는 건 결국 바닥이었다

인터폰을 받고 나서 제가 실제로 한 일은 이것들입니다.

  • 질주 동선에 러그를 깔았습니다. 거실 전체를 시공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애쉬가 반복해서 달리는 현관에서 안방까지의 직선 구간에만 두툼한 접착식 러그 타일을 붙였는데, 발소리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 착지 지점에 충격 흡수 매트를 뒀습니다. 캣타워 아래처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리입니다. 달리는 소리보다 이 낙하 충격이 아래층에 더 크게 울립니다.
  • 수직 공간을 동선 중간에 뒀습니다. 앞으로만 향하던 힘이 위아래로 분산되면서 바닥을 때리는 횟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 발톱과 발바닥 털을 정리했습니다. 발톱이 길면 방향을 틀 때 바닥을 긁는 소리가 훨씬 커집니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미끄러져 부딪히는 사고를 막는 효과가 더 큽니다.

네 가지를 다 하고 나니 아랫집에서 다시 연락 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밤 우다다를 줄이는 네 가지

  1. 잠들기 전 15분에서 20분, 제대로 지치게 놀아 주세요. 낚싯대로 사냥하듯 쫓게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살살 흔드는 정도로는 에너지가 안 빠집니다.
  2. 놀이 끝에 소량의 식사를 주세요. 사냥하고 먹고 자는 순서가 고양이의 원래 리듬입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잠으로 넘어가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3. 뛰는 동안은 철저히 무관심하세요. 부르지도, 쫓아가지도, 간식을 주지도 마세요. 반응이 없으면 행동이 유지될 이유가 줄어듭니다.
  4. 부딪혀 깨질 물건을 미리 치우세요. 뛰는 걸 못 막는다면 다치지 않게 만드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놀이만으로 감당이 안 될 때는 캣휠 같은 유산소 기구를 고려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만 아이 체형에 비해 지름이 작으면 달릴 때 허리에 무리가 가고, 조립형 중에는 돌아갈 때 삐걱대는 소리가 나는 제품도 있어서 겁 많은 아이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낮 시간대 관리도 함께 가야 합니다. 저는 재택으로 일해서 애쉬가 낮에 뭘 하는지 다 보는데, 하루 종일 창가에서 자다가 밤에 폭발하는 패턴이 뚜렷했습니다. 그래서 낮에도 짧게 두어 번 놀아 주는 시간을 끼워 넣었더니 밤 강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이건 우다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구분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우다다는 한바탕 뛰고 나면 풀립니다. 그런데 놀고 나서도 진정되지 않거나, 뛰면서 비명을 지르거나, 등 피부가 물결처럼 실룩거리거나, 꼬리와 뒷다리 같은 특정 부위를 계속 핥고 물어뜯는다면 단순한 에너지 발산이 아닐 수 있습니다.

노령묘라면 하나 더 봐야 합니다. 10세가 넘은 아이가 갑자기 활동량이 늘고 식욕도 느는데 체중은 오히려 빠진다면, 갑상선 쪽 문제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애쉬가 여덟 살이라 저는 요즘 이 항목을 머릿속에 넣어 두고 체중을 한 번씩 재 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애쉬와 8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으로 상태를 판단하실 수는 없습니다. 위에 적은 신호가 보인다면 언제 시작해서 얼마나 이어졌는지,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메모해 두었다가 동물병원에서 상담받으시길 권합니다.

새벽 세 시의 발소리

요즘도 애쉬는 새벽에 뜁니다. 달라진 건 소리입니다. 러그 위를 달리는 소리는 예전의 그 타닥거림과 완전히 다릅니다.

인터폰을 받던 날에는 솔직히 원망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고 나니 미안한 쪽으로 기울더군요. 애쉬는 여덟 해 동안 한 번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습니다. 사냥할 것도, 쫓아갈 것도 없는 집 안에서 하루를 다 보내고, 밤이 되어서야 남은 힘을 그렇게 쏟아 냈던 겁니다. 뛰는 걸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 놓고 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제 몫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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