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이가 다시 실수를 합니다.
열일곱 해 동안 한 번도 자리를 벗어난 적 없던 아이가, 몇 달 전부터 자다 일어난 자리에 그대로 소변을 보는 날이 생겼습니다. 처음 발견한 날 아침, 저는 아무 말 없이 치웠습니다. 그런데 치우면서 이상하게 17년 전 장면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반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거실 카펫에 소변을 봤습니다. 스무 살의 저는 그 자리에서 “안 돼!” 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반이는 제 눈을 피해 소파 밑에 들어가 몰래 배변을 했습니다. 그때는 아이가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압니다. 반이는 장소가 틀렸다고 이해한 게 아니라, 제 앞에서 배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배운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때 제가 몰라서 그르쳤던 강아지 배변 훈련을, 처음과 마지막을 다 지나온 지금의 눈으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화장실 자리부터 잘못 잡았다
배변 훈련은 요령보다 자리 잡기가 먼저입니다. 개는 본능적으로 잠자리와 밥 먹는 곳에서 먼 데를 화장실로 고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반이 패드를 밥그릇 바로 옆에 뒀습니다. 청소가 편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식탁 옆에 변기를 놓은 셈이니 쓸 리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계속 오가는 거실 한복판이나 현관 근처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자리입니다.
처음에는 활동 공간을 울타리로 좁혀 주는 편이 낫습니다. 집 전체를 한꺼번에 열어 두면 아이가 고를 수 있는 후보지가 너무 많아집니다. 패드도 한 장만 딱 깔아두고 정확도를 요구하기보다, 여러 장을 넓게 깔아 여기가 화장실이라는 걸 면적으로 알려준 뒤 성공률이 올라가면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게 순서입니다.
울타리를 쓰기 어려운 구조라면 문을 닫아 방 하나로 범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정확한 한 지점을 요구하기보다, 아이가 실패할 수 없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 주는 게 훈련의 시작입니다.
바닥도 봐야 합니다. 카펫이나 푹신한 발매트는 발바닥에 닿는 촉감이 패드와 비슷해서 아이에게 혼란을 줍니다. 훈련 기간에는 치워두는 편이 좋습니다.
신호를 읽으면 절반은 끝난다
개는 시계를 못 보지만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에는 정확합니다. 특히 생후 2개월에서 4개월 사이 아이들은 조절 능력이 약해서, 보호자가 먼저 데려가 주는 것이 훈련의 핵심이 됩니다.
배변 확률이 확 올라가는 시점이 세 번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켠 직후, 밥을 먹고 15분에서 30분 사이, 그리고 신나게 뛰어논 다음입니다. 여기에 바닥을 킁킁거리거나 제자리를 뱅뱅 도는 행동이 보이면 곧 신호가 온다는 뜻입니다.
이때 조용히 패드로 유도해서 성공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칭찬하고 간식을 주면 됩니다.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타이밍입니다. 몇 분만 지나도 아이는 무엇 때문에 칭찬받는지 연결하지 못합니다. 저는 반이가 성공했을 때 조용히 잘했다고만 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조금 더 요란하게 반응해 줄걸 싶습니다. 개에게는 사람이 오버한다 싶을 정도가 적당하더군요.
혼내는 순간 훈련은 뒤로 간다
여기가 제가 가장 크게 틀렸던 부분입니다.
실수를 목격했을 때 소리를 지르면 아이는 장소를 배우는 게 아니라 배변 행위 자체를 숨기는 법을 배웁니다. 소파 밑, 침대 구석, 커튼 뒤처럼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반이가 딱 그랬습니다.
올바른 대응은 셋으로 정리됩니다. 실수는 아무 반응 없이 조용히 치우고, 냄새를 완전히 없애고, 성공했을 때만 크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한숨이나 혀 차는 소리도 아이에게는 관심으로 읽힐 수 있으니 무심한 편이 낫습니다.
냄새 제거는 특히 중요합니다. 개는 자기 소변 냄새가 남은 자리를 화장실로 다시 인식합니다. 물걸레질만으로는 사람 코에만 사라질 뿐이라, 전용 탈취제로 흔적을 지워야 같은 자리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잘 가리던 아이가 갑자기 퇴보한다면
훈련이 끝났는데 다시 실수가 시작됐다면 아이가 잊어버린 게 아니라 환경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패드가 너무 젖어 있어 밟기 싫었을 수도 있고, 이사나 새 가족처럼 마음이 흔들릴 일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혼내기보다 울타리를 다시 세우고 기초로 돌아가는 게 빠릅니다.
실수인지 마킹인지도 구분해 보셔야 합니다. 한자리에 많은 양을 봤다면 배변 실수 쪽이고, 가구 모서리나 벽, 새로 들인 물건 주변에 적은 양을 여기저기 남긴다면 영역 표시에 가깝습니다. 둘은 원인이 다르니 대응도 달라야 합니다.
성공률을 올리는 네 가지
- 패드는 잠자리·밥그릇과 멀고 조용한 자리에. 사람 동선에서 비켜난 구석이 가장 좋습니다.
- 초반에는 공간을 좁히고 패드를 넓게. 성공 경험이 쌓인 뒤에 면적을 줄여 나가면 됩니다.
- 성공 직후 3초 안에 보상. 간식은 쌀알 크기로 작게, 하루 사료에서 조금 덜어 쓰면 살찔 걱정도 덜합니다.
- 실수 자리는 전용 탈취제로. 냄새가 남으면 그 자리가 계속 화장실이 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훈련사도 아니라 여기 적은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특히 잘 가리던 아이가 갑자기 실수를 시작했다면 훈련 문제가 아니라 몸에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방광염이나 다른 질환이 아닌지 동물병원에서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가르쳐야 할 때와 품어야 할 때
요즘 반이의 실수는 훈련으로 고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조절하는 힘이 약해지고, 자다가 미처 못 일어나는 날이 생깁니다. 저는 병원에서 확인만 받아두고, 잠자리 주변에 패드를 넓게 깔아 두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같은 실수인데 대응은 정반대여야 하더군요. 어릴 때는 가르치는 게 맞고, 나이 들어서는 자리를 넓혀 주는 게 맞습니다. 지금 반이는 아침마다 자기가 만든 자리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저를 쳐다봅니다. 열일곱 해 전에 제가 지른 소리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 텐데도, 그 눈을 볼 때마다 저는 서둘러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