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어느 오후, 반이가 횡단보도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줄을 당겨도 꿈쩍하지 않길래 처음에는 나이 탓인 줄 알았습니다. 열여섯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발을 자꾸 번갈아 들었다 놓는 게 이상해서, 쭈그려 앉아 손등을 보도블록에 대봤습니다.
3초를 못 버텼습니다.
반이는 걷기 싫었던 게 아니라 뜨거워서 못 걷고 있었던 겁니다. 신발도 없이 맨발로 그 위를 걸어온 아이를, 저는 십오 년 넘게 산책시키면서 한 번도 그 각도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날 반이를 안고 그늘로 옮기면서 부끄러움이 한참 갔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제가 찾아보고 바꾼 것들을 강아지 햇빛 차단 기준으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5초만 손등을 대보면 알 수 있다
한여름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은 직사광선을 받아 기온보다 훨씬 뜨거워집니다. 기온이 30도인 날에도 지면은 50도를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사람은 신발을 신고 걷지만 아이들은 맨발이니, 대기 온도가 아니라 지면 온도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닥에 손등을 대고 5초를 버텨보는 것입니다. 뜨거워서 못 버티겠다면 그 길로는 나가지 않는 게 맞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로 현관을 나서기 전에 이걸 습관처럼 합니다.
같은 이유로 산책 시간대도 바꿨습니다. 자외선과 지열이 가장 강한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사이는 피하고, 이른 아침이나 해가 완전히 진 뒤로 옮겼습니다. 코스도 아스팔트 대신 흙길과 잔디 쪽으로 바꿨는데, 확실히 반이가 멈춰 서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햇빛을 피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한쪽으로만 몰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햇빛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햇볕을 쬐면 정신을 안정시키는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고, 이것이 밤에 숙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낮에 적당히 햇빛을 본 아이가 밤에 잘 자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반이도 요즘 거실 창가에 볕이 드는 자리를 정확히 알고 그 위에 누워 있습니다. 여름이라고 실내에만 가둬 두는 게 답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원칙은 짧고 시원하게입니다. 시간대를 옮기고 그늘 위주로 동선을 짜면 여름에도 충분히 걸을 수 있습니다.
털을 밀면 오히려 위험해진다
여름이 되면 시원하라고 털을 바짝 미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몇 해 전에 그렇게 했다가 후회했습니다.
털은 더위를 가두기도 하지만 자외선을 막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짧게 밀어버리면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일광화상 위험이 오히려 커집니다. 반이 같은 실키테리어는 속털이 거의 없는 견종이라 더 그렇습니다. 겉털만 밀면 바로 맨살입니다. 그해 여름 반이 등 쪽이 발갛게 올라온 걸 보고 나서는 다시 밀지 않았습니다.
정석은 적당한 길이를 유지하면서 빗질로 통풍을 도와주는 쪽입니다. 그리고 사람용 선크림은 절대 바르시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핥아 먹으면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꼭 필요하다면 반려동물 전용 제품을 수의사와 상의해 쓰셔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위험군에 드는지부터
같은 날씨라도 아이에 따라 위험도가 크게 갈립니다.
- 단두종 — 퍼그나 프렌치불도그처럼 코가 짧은 아이들은 호흡으로 열을 내보내는 능력이 떨어져 가장 위험합니다.
- 단모종과 색소가 옅은 아이 — 코가 분홍빛이거나 털이 짧으면 자외선이 피부에 직접 닿습니다.
- 노령견과 비만견 — 심폐 기능이 약하거나 체열 배출이 어려워 열사병의 표적이 됩니다.
- 심장 질환이 있는 아이 — 체온이 오르면 심장 부담이 몇 배로 커지므로 한낮 외출은 피해야 합니다.
반이는 세 번째에 해당합니다. 열일곱이면 그것만으로도 여름은 조심해야 하는 계절입니다.
눈도 탄다는 걸 몰랐습니다
피부만 생각했지 눈은 미처 못 챙겼습니다.
강한 자외선에 오래 반복해서 노출되면 각막염이나 안구건조증은 물론이고, 심하면 수정체가 탁해지는 백내장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스팔트나 모래처럼 빛 반사가 심한 곳에서 오래 있으면 부담이 커집니다.
이걸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도 결국 시간대 조정이었습니다. 고글이나 썬캡 같은 용품도 있지만, 억지로 씌우면 스트레스가 더 클 수 있어서 아이가 싫어하지 않는 경우에만 쓰시는 게 좋습니다.
여름 산책 전 확인하는 네 가지
- 손등을 5초 대보세요. 못 버티면 그날은 나가지 않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옮기거나 흙길을 찾으시면 됩니다.
- 물을 챙기세요. 산책 중 그늘에서 쉬면서 수시로 마시게 하는 게 탈수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 헐떡임을 지켜보세요. 숨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침을 과하게 흘리고 자꾸 그늘에 멈춰 선다면 즉시 산책을 중단해야 합니다.
- 응급 상황 대처법을 미리 알아두세요. 비틀거리거나 무기력해지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몸을 적셔야 하는데, 이때 얼음물처럼 차가운 물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미지근하게 식힌 뒤 곧바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산책하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이 모든 아이에게 그대로 맞지는 않습니다. 심장이나 호흡기에 이미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 여름 산책 계획을 세우기 전에 담당 수의사와 먼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일광화상이나 열사병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집에서 처치하려 하지 마시고 바로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이제는 손등부터 대봅니다
올여름에도 반이와 나가기 전에 저는 현관 앞에 쭈그려 앉아 손등을 바닥에 댑니다. 아들이 처음에는 아빠가 왜 저러나 하는 얼굴로 보더니, 요즘은 자기가 먼저 손을 대보고 나가도 되는지 알려줍니다.
작년 그날, 반이가 멈춰 선 건 고집이 아니라 저에게 보낸 신호였습니다. 열일곱 해를 함께 걸었는데 그런 신호 하나를 읽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렸습니다. 요즘 반이의 산책은 아주 짧고, 대부분 해가 기운 다음입니다. 그래도 발밑이 뜨겁지 않다는 것 하나는 이제 확실히 챙겨 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