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산책 예절, 반이가 느려지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강아지 산책 사진

산책길에서 마주 오던 분이 반이를 보고 걸음을 늦췄습니다.

저는 그제야 리드줄을 짧게 잡았습니다. 반이는 이제 뛰지 않으니 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거든요. 그분이 지나간 뒤에 생각해 보니, 상대는 우리 아이가 열일곱 살이라는 걸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작은 개 한 마리가 줄을 늘어뜨린 채 다가오고 있었을 뿐입니다.

오늘은 그 뒤로 다시 정리한 강아지 산책 예절을 적어보려 합니다.

강아지 리드줄, 손 위치가 전부입니다

줄 길이보다 중요한 게 손이 어디 있느냐입니다.

기본은 줄을 짧게 잡되 아이 목이 당겨지지 않을 만큼만 여유를 두는 것입니다. 팔을 몸에 붙이고 손을 허리 근처에 두면 아이와의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팔을 앞으로 뻗고 걸으면 거리가 계속 변합니다.

사람이 지나갈 때는 줄을 감아 더 짧게 잡습니다. 아이를 내 몸 안쪽으로 붙이고, 아이와 상대 사이에 내가 서는 게 맞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길이 기준이나 공용공간에서의 이동 방법은 따로 정리해 둔 글이 있어서 여기서는 넘어가겠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려는 건 규정이 아니라 실제로 마주쳤을 때의 태도입니다.

자동줄을 쓰신다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길이가 늘었다 줄었다 하니 아이와의 거리를 사람이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마주 오는 분 입장에서는 개가 어디까지 다가올지 모르는 셈입니다. 사람이 있는 구간에서는 길이를 고정해 두시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배변봉투, 소변까지 챙기면 달라집니다

대변을 치우는 건 이제 대부분 하십니다. 그런데 소변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물통을 하나 들고 다닙니다. 아이가 소변을 본 자리에 물을 부어 씻어 내는 것인데, 이걸 시작하고 나서 동네에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아파트 화단이나 건물 벽, 주차된 차 근처는 꼭 씻어 주셔야 합니다.

봉투는 넉넉히 챙기시는 게 좋습니다. 하나만 들고 나갔다가 두 번 볼 일이 생기면 곤란해집니다. 저는 하네스에 봉투 케이스를 달아 두고 아예 신경을 끕니다. 나갈 때마다 챙기는 것보다 걸어 두는 쪽이 확실합니다.

치운 봉투는 들고 오시거나 일반 쓰레기로 버리시면 됩니다. 화단이나 나무 밑에 두고 오는 건 안 치운 것과 같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신경 쓸 자리입니다. 문이 열렸을 때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냥 다음 것을 타는 게 낫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개와 함께 서 있는 걸 불편해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반이를 안고 타거나 한 대를 보냅니다.

다른 개와 마주쳤을 때, 인사는 선택입니다

강아지끼리 반드시 인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먼저 물어보세요. 상대 보호자에게 인사시켜도 되는지 한마디 묻는 것으로 대부분의 문제가 사라집니다. 상대 아이가 다른 개를 무서워하거나 아프거나 훈련 중일 수 있습니다.

허락을 받았다면 정면으로 다가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개들끼리는 옆에서 비스듬히 접근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줄은 팽팽하게 당기지 말고 느슨하게 둡니다. 줄이 당겨지면 아이가 긴장하고, 그 긴장이 상대에게 전달됩니다.

인사가 끝나면 오래 두지 마세요. 짧게 끝내고 각자 가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에는 괜찮다가 시간이 길어지면서 분위기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짖음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인사를 시도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반이는 테리어 계열이라 다른 개를 보면 반가워서가 아니라 오지 말라는 쪽으로 짖는 편이었습니다. 그럴 때는 거리를 좁히기 전에 방향을 틀어 먼저 떨어뜨려 놓습니다.

아이가 다가올 때, 먼저 물어봐 달라고 하세요

동네에서 아이들이 반이를 보고 뛰어옵니다. 반가운 일이지만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는 대개 정면에서 손을 뻗으며 다가옵니다. 개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접근입니다. 저는 이럴 때 먼저 반이 앞을 살짝 막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우리 강아지가 나이가 많아서 놀라요. 천천히 손등부터 보여 줄래요?”

거절하는 게 아니라 순서를 알려 주는 것이라 대부분 잘 따라 줍니다. 아이 보호자도 옆에서 같이 알려 줍니다.

산책 나갈 때 물을 챙기는 것도 예절에 들어갑니다. 아이가 목이 마르다고 남의 가게 앞 그릇에 입을 대거나 아무 데나 고인 물을 마시면 곤란해집니다. 저는 작은 물통을 하나 더 들고 다닙니다.

노령견 산책, 예절의 방향이 바뀝니다

젊을 때는 반이가 튀어 나가지 않게 잡는 게 예절이었습니다. 지금은 반대입니다. 반이가 멈춰 서는 걸 기다려 주는 게 예절입니다.

좁은 길에서 반이가 오래 서 있으면 뒷사람이 못 지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한쪽으로 비켜서서 기다립니다. 다니는 시간대도 사람이 적은 쪽으로 옮겼습니다.

산책 거리도 줄었습니다. 예전의 절반이고 그마저 중간에 여러 번 쉽니다. 남들 보기에는 산책이라기에 민망한 수준인데, 반이에게는 이게 하루의 전부입니다.

산책 코스도 예절의 일부였습니다. 아이가 뛰노는 놀이터나 유치원 근처는 피하는 편이 낫고, 개 출입이 안 되는 공원이나 상가도 미리 확인해 두시면 좋습니다. 나중에 제지당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다른 길로 도는 쪽이 서로 덜 불편합니다.

저는 훈련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산책하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훈련사도 수의사도 아니라 여기 적은 방식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다른 개나 사람에게 반복해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 행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줄을 짧게 잡는 이유

요즘 저는 사람이 보이면 반사적으로 줄을 감습니다. 반이가 뛰어들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산책 예절이라는 게 결국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것이더군요. 저는 반이가 순하다는 걸 알지만 마주 오는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개를 무서워할 수도 있고, 예전에 물린 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열일곱 해 동안 같은 길을 걸었는데, 저는 그 생각을 최근에야 했습니다. 예절이라는 말이 거창해 보여도, 결국은 줄을 한 뼘 더 감는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