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물그릇, 밥그릇 옆에 두는 게 문제였습니다

고양이 물그릇 섬네일

애쉬 물그릇은 8년 동안 밥그릇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반이 것도 그렇게 두고 있었으니 당연한 배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이 물그릇은 하루가 지나면 눈에 띄게 줄어 있는 반면, 애쉬 쪽은 며칠이 지나도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그걸 고양이가 원래 물을 덜 마시는 동물이라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 배치가 문제를 더 키우고 있었다는 건 몰랐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알아보고 바꾼 고양이 물그릇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고양이는 원래 물을 적게 마십니다

고양이의 조상은 건조한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필요한 수분을 사냥한 먹이에서 대부분 얻었기 때문에 따로 물을 찾아 마시는 습성이 개만큼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갈증을 느끼는 감각 자체가 둔한 편입니다. 몸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여도 개처럼 물그릇으로 직행하지 않습니다. 사료가 건사료 위주라면 이 차이가 그대로 부족분이 됩니다.

개는 알아서 마시니까 그릇만 채워 두면 되는데, 고양이는 마시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접근이 달라져야 했습니다.

물이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됩니다. 고양이가 비뇨기 쪽 문제를 잘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물은 그냥 마시면 좋은 것이 아니라 챙겨야 하는 항목에 가깝습니다.

밥그릇 옆에 두면 안 되는 이유

제가 8년 동안 틀린 부분입니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사냥한 자리와 물을 마시는 자리를 떨어뜨려 둡니다. 먹이가 있던 곳 근처의 물은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습성이 실내에서도 남아 있어서, 밥그릇 바로 옆의 물은 본능적으로 덜 선호합니다.

물그릇은 밥그릇에서 떨어뜨려 놓으셔야 합니다. 저는 애쉬 물그릇을 거실 창가 쪽으로 옮겼는데, 그 자리 하나 바꾼 것만으로 줄어드는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화장실 근처도 피하셔야 합니다. 이건 사람이 생각해도 당연한데 의외로 같이 두는 집이 많습니다.

사람이 오가는 통로 한복판도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고양이는 물을 마시는 동안 고개를 숙여야 해서 주변을 살피기 어렵습니다. 그 순간에 뒤가 트여 있으면 불안해합니다. 벽에 붙은 조용한 자리가 낫습니다.

물그릇을 여러 개 두면 마시는 양이 늘어납니다

고양이는 물을 찾아 멀리 가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자리에 있어야 지나가다 한 모금씩 마십니다.

저는 애쉬가 자주 있는 자리마다 그릇을 뒀습니다. 창가, 캣타워 근처, 그리고 제 책상 옆입니다. 세 개로 늘리고 나서 하루 총량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마릿수에 하나를 더하는 화장실 공식과 비슷하게 보시면 됩니다.

그릇 모양도 봐야 합니다. 깊고 좁은 그릇은 물을 마실 때 수염이 벽에 닿습니다. 고양이 수염은 예민해서 이게 반복되면 그릇 자체를 피하게 됩니다. 입구가 넓고 얕은 그릇이 낫습니다.

높이도 조금 올려 주시면 좋습니다. 바닥에 그대로 두면 고개를 많이 숙여야 해서, 목이나 관절이 불편한 아이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물 자체도 매일 갈아 주셔야 합니다. 고양이는 신선도에 예민해서 먼지가 뜨거나 침이 섞인 물에는 입을 잘 안 댑니다. 저는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새로 채웁니다. 그릇을 헹구지 않고 물만 부으면 안쪽에 미끌거리는 막이 생기니 씻어서 채우시는 게 맞습니다.

그릇 재질, 플라스틱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플라스틱은 쓰다 보면 잔 스크래치가 생기고 그 틈에 세균이 남습니다. 턱에 여드름처럼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바꿨습니다.

스테인리스는 물때가 덜 끼고 흠집이 잘 안 나서 관리가 편합니다. 다만 가벼워서 밀리는 제품이 있으니 바닥이 잡히는 것을 고르시면 됩니다.

도자기는 무거워서 안 밀리고 물이 시원하게 유지되는 편입니다. 깨질 수 있다는 게 단점입니다.

애쉬는 도자기와 스테인리스를 섞어 쓰고 있습니다.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는 아이마다 다르니 두 종류를 두고 어느 그릇이 더 빨리 줄어드는지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물이 정 안 줄어든다면 습식 사료를 섞는 방법도 있습니다. 건사료는 수분이 10퍼센트가 채 안 되는 반면 습식은 70에서 80퍼센트에 이릅니다. 밥으로 수분을 채우는 셈이라, 물그릇이 덜 줄어도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고양이 정수기, 세척이 되는지부터 보세요

흐르는 물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라면 순환식 정수기가 효과가 있습니다. 고여 있는 물보다 신선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를 때 기준은 기능보다 관리 편의였습니다.

  • 분해가 되는지: 모터와 물통이 완전히 분리되어야 안쪽까지 닦입니다. 구조가 복잡하면 결국 안 씻게 됩니다.
  • 소음: 물 흐르는 소리나 모터 소리에 예민한 아이는 아예 근처에 가지 않습니다.
  • 필터 주기: 보통 2주에서 4주 간격입니다. 이걸 안 지키면 정수기가 오히려 오염원이 됩니다.
  • 주 1회 분해 세척: 물만 갈아 주는 것과 통을 닦는 것은 다릅니다.

정수기를 놓아도 일반 그릇을 하나쯤 같이 두시는 걸 권합니다. 정전이 되거나 고장 났을 때 대비가 되고, 아이가 어느 쪽을 더 쓰는지도 보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애쉬와 8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니라 여기 적은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물 마시는 양이 갑자기 크게 늘거나 줄었다면 그릇 문제로만 보지 마시고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데 소변량이 적다면 미루지 마셔야 합니다.

그릇을 옮겼을 뿐인데

지금 애쉬 물그릇은 세 개이고, 어느 것도 밥그릇 옆에 있지 않습니다.

바꾼 건 위치와 개수뿐입니다. 새로 산 것도 정수기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저녁에 그릇을 보면 확실히 줄어 있습니다.

8년 동안 저는 애쉬가 물을 안 마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마시기 어려운 자리에 물을 놓아두고 안 마신다고 말하고 있었던 겁니다. 반이 기준으로 집을 꾸며 놓고 애쉬에게 똑같이 하라고 한 셈이었습니다. 같은 집에 살아도 물 한 그릇 놓는 자리부터 달랐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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