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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길래 반가운 줄 알고 손을 뻗었습니다.
손등을 맞았습니다. 발톱은 안 세웠지만 확실한 거절이었습니다.
반이는 꼬리를 흔들면 대개 반갑다는 뜻입니다. 저는 개를 열일곱 해 키우면서 그 신호에 익숙해져 있었고, 애쉬에게 같은 잣대를 그대로 갖다 댄 것입니다.
고양이가 꼬리를 흔드는 건 짜증이 올라오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같은 동작인데 뜻이 정반대입니다.
오늘은 그 뒤로 정리한 개와 고양이의 몸짓 언어 차이를 적어보려 합니다.
꼬리, 가장 크게 갈리는 부위입니다
개는 꼬리를 넓게 흔들면 대체로 반가움입니다. 다만 흔든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몸이 뻣뻣한 채로 꼬리 끝만 빠르게 떨듯 흔든다면 흥분이나 경계 쪽입니다. 꼬리 높이도 봐야 합니다. 높이 들면 자신감, 다리 사이로 말아 넣으면 두려움입니다.
고양이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꼬리를 좌우로 크게 흔들거나 바닥을 탁탁 치면 불편하다는 뜻입니다. 반가울 때는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를 수직으로 세웁니다. 끝이 살짝 구부러져 있으면 더 확실합니다.
애쉬가 저에게 다가올 때 꼬리를 곧게 세우고 오는 걸 저는 그냥 걷는 자세인 줄 알았습니다. 그게 인사였습니다. 8년을 같이 살면서 저는 그 인사를 계속 놓치고 있었습니다.
꼬리가 아예 없거나 짧은 견종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엉덩이 전체를 흔들거나 몸을 좌우로 비트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꼬리만 보고 판단이 안 될 때는 몸통 방향과 자세를 함께 보시면 됩니다.
배를 보이는 것, 초대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개가 배를 드러내고 눕는 건 대개 편안하다는 표시이고 만져 달라는 뜻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는 다릅니다. 배를 보이는 건 신뢰의 표현이 맞지만 만져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배는 급소라 손이 닿으면 반사적으로 앞발과 뒷발이 올라옵니다. 애쉬가 배를 보이고 누워 있을 때 손을 대면 열에 여덟은 붙잡힙니다.
저는 이제 배가 보이면 그냥 봅니다. 만지는 건 등이나 턱 아래입니다. 그 자세를 보여 줬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신호입니다.
귀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두 종 모두 귀가 뒤로 납작하게 눕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고양이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면 귀가 옆으로 완전히 벌어지는데, 그때는 손을 대지 않는 게 맞습니다.
눈맞춤, 개에게는 소통이고 고양이에게는 압박입니다
개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소통하는 데 익숙합니다. 눈을 보고 이름을 부르면 반응합니다.
고양이에게 정면으로 오래 응시하는 건 위협에 가깝습니다. 낯선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계속 쳐다보면 상대는 도전으로 받아들입니다.
대신 고양이에게 쓰는 인사가 있습니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는 것입니다. 저는 애쉬와 눈이 마주치면 이렇게 합니다. 가끔 애쉬도 똑같이 해 줍니다. 그럴 때가 제일 좋습니다.
머리나 몸을 사람에게 비비는 행동도 뜻이 조금 다릅니다. 개는 대체로 관심을 요구하는 쪽이고, 고양이는 자기 냄새를 묻히는 영역 표시에 가깝습니다. 애쉬가 제 다리에 얼굴을 문지르는 건 반갑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저를 자기 것으로 표시하는 일이었습니다.
몸을 낮추는 자세, 놀이와 경계로 갈립니다
개가 앞다리를 쭉 뻗고 엉덩이를 들면 놀자는 신호입니다. 이 자세가 나오면 대체로 기분이 좋은 상태입니다.
고양이가 몸을 낮추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건 사냥 자세입니다. 놀이일 수도 있지만 대상이 사람 손이나 발이면 곧 덮칩니다. 반대로 몸을 웅크리고 등을 둥글게 말면서 털을 세우면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리, 개는 크기로 고양이는 상황으로
개는 소리 자체가 비교적 직관적입니다. 낮게 그르렁거리면 경고, 높게 끙끙거리면 요구나 불안입니다.
고양이는 같은 소리가 여러 뜻입니다. 골골거리는 소리를 편안함으로만 알기 쉬운데, 낯설고 무서운 상황에서 스스로를 달래려고 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소리만으로는 판단이 안 되고 몸 상태를 같이 봐야 합니다.
하품과 몸 털기도 신호일 수 있습니다. 졸려서가 아니라 긴장을 푸는 동작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방금 불편한 상황이 지나갔다는 뜻입니다. 이 동작이 보이면 그 직전에 뭐가 있었는지 되짚어 보시면 원인이 잡힙니다.
한집에 둘이 있으면 오해가 생깁니다
반이와 애쉬가 처음 만났을 때 문제가 여기 있었습니다.
반이는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며 다가갔는데, 애쉬 입장에서 그 동작은 짜증의 신호였습니다. 애쉬가 꼬리를 세우고 다가가면 반이는 그걸 경직으로 읽었습니다. 서로의 인사가 서로에게 경고로 전달된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아이는 서로의 신호를 배웠습니다. 정작 오래 헤맨 쪽은 저였습니다. 개의 문법으로 고양이를 읽으면 거의 매번 틀립니다.
나이가 들면 신호 자체가 흐려지기도 합니다. 반이는 요즘 꼬리를 크게 흔들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온몸으로 표현하던 것을 이제는 고개를 드는 정도로 대신합니다. 표현이 줄었다고 감정이 줄어든 게 아니라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 저는 요즘 반이의 아주 작은 반응을 예전보다 크게 봅니다.
저는 행동 전문가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 애쉬와 지내며 관찰한 것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행동 전문가도 아니라 여기 적은 해석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신호가 갑자기 달라졌거나 만졌을 때 통증 반응처럼 보인다면 성격 변화로 보지 마시고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결국 부위 하나로는 안 됩니다
정리하고 보니 규칙 하나가 남았습니다. 한 부위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꼬리를 흔든다고 반가운 게 아니고 골골거린다고 편안한 게 아닙니다. 꼬리와 귀와 눈과 몸 전체가 같은 말을 하고 있을 때만 그 해석이 맞습니다.
저는 애쉬에게 손등을 맞고 나서야 그걸 알았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두 아이에게 같은 언어로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한집에 살아도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아이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