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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저녁, 일을 하다가 아들 방에서 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들이 환기시킨다고 창문을 활짝 열어 두고 나온 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충망에 애쉬가 앞발을 대고 매달려 있었습니다. 바깥에 뭐가 지나갔는지 몸을 앞으로 쭉 밀고 있었는데, 방충망 아래쪽이 눈에 띄게 밀려서 틀에서 살짝 떠 있었습니다.
달려가서 애쉬를 안아 내리고 창문을 닫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저는 방충망이 있으니 창문을 열어 둬도 괜찮다고 8년 동안 생각해 왔거든요.
오늘은 그 뒤로 알아본 고양이 방묘창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방충망은 안전장치가 아니었습니다
방충망은 이름 그대로 벌레를 막으려고 만든 물건입니다. 고양이가 매달리거나 몸으로 밀어붙일 때 생기는 힘을 견디도록 설계된 게 아닙니다.
망 자체도 발톱에 쉽게 상합니다. 더 큰 문제는 틀입니다. 방충망은 레일에 얹혀 있을 뿐이라 옆으로 밀리거나 아예 밖으로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추락 사고 중 상당수가 망이 찢어져서가 아니라 방충망이 통째로 밀려나면서 일어납니다.
방묘창은 여기가 다릅니다. 튼튼한 망과 틀을 하나의 구조로 만들고 잠금장치를 함께 두어, 고양이가 밀거나 눌러도 움직이지 않게 잡아 주는 물건입니다.
낮은 층이라고 안심하실 일도 아닙니다. 고양이가 창밖으로 나가려는 건 대개 새나 벌레를 쫓는 순간이라, 높이를 가늠하지 않고 몸이 먼저 나갑니다.
방충망을 아예 안 열어 두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름에 창문을 닫아 두면 집 안 온도가 올라가고, 고양이에게 창밖 구경은 하루의 큰 부분이기도 합니다. 환기와 안전을 둘 다 챙기려면 결국 창문 앞에 뭔가를 달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무타공형과 시공형 중에 고르기
설치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 무타공형: 창틀 레일에 구성품을 끼우고 압축해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벽이나 창틀에 구멍을 내지 않아 전월세 집에 적합하고 직접 설치할 수 있습니다. 제품마다 대응하는 창문 높이가 정해져 있고, 폭이 넓으면 여러 개를 이어 붙이는 형태도 있습니다. 이중창이라면 안쪽 창 레일에 설치해야 하는 제품이 많으니 창문 구조와 레일 폭을 먼저 재 보셔야 합니다.
- 시공형: 망과 틀을 창문에 맞춰 제작하고 잠금장치까지 함께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고정력이 확실한 대신 비용이 들고 창문 구조에 맞는 맞춤 작업이 필요합니다. 통창이나 베란다 창, 힘이 센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쪽이 안전합니다.
저희 집은 거실 창이 넓어서 시공형으로 했고, 아들 방과 안방은 무타공형으로 달았습니다. 무타공형은 설치가 어렵지 않은데, 대신 고정이 느슨해지지 않았는지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쯤 손으로 밀어 봅니다.
방묘문도 같이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창문이 아니라 현관이나 베란다 문 앞에 세우는 안전문인데, 문을 여는 순간 아이가 빠져나가는 걸 막아 줍니다. 저희는 택배를 받을 때가 걱정이라 현관 쪽에도 하나 뒀습니다.
설치 전에 확인할 다섯 가지
- 창문 전체가 덮이는지 보세요. 위나 아래에 빈틈이 남으면 머리나 발이 끼는 사고가 납니다. 면적을 남김없이 채우는 게 기본입니다.
- 망 간격이 촘촘한지 확인하세요. 어린 고양이는 어른 눈에 좁아 보이는 틈도 빠져나갑니다.
- 밀었을 때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설치 직후 손으로 힘껏 밀어 보시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다시 잡으셔야 합니다.
- 잠금장치가 제대로 맞물리는지 보세요. 아이가 앞발로 여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저희는 아들이 창문을 여는 것도 있어서 잠금장치를 함께 달았습니다.
- 정기적으로 점검하세요. 나사와 고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헐거워집니다. 여름에 창문을 자주 여는 계절이라면 더 자주 보시는 게 좋습니다.
덧붙이면 설치 위치를 정할 때 아이가 실제로 어느 창에 올라가는지부터 보시는 게 순서입니다. 저는 처음에 거실 창만 생각했는데, 정작 사고가 날 뻔한 건 아들 방이었습니다. 평소에 잘 안 여는 창이라 아예 후보에서 빠져 있었거든요. 가족이 여러 명이면 누가 어느 창을 여는지도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방묘창을 달아도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저희 집에서 실제로 걸렸던 부분입니다.
애쉬 캣타워가 거실 창가에 있습니다. 예전에 창밖이 보이는 자리로 옮기고 나서야 애쉬가 쓰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방묘창을 알아보면서 보니, 그 캣타워가 창문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방묘창은 마지막 방어선이지 유일한 방어선이 아닙니다. 창가에 붙어 있는 캣타워나 선반, 서랍장처럼 아이가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접근 경로 자체를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저는 캣타워를 창에서 한 뼘 정도 떼어 놓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창밖은 그대로 보이면서 창틀로 바로 건너가지는 못하는 거리입니다. 애쉬가 며칠 어색해하더니 금방 적응했습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애쉬와 8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시공 전문가도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이 모든 집 구조에 맞지는 않습니다. 창문 형태나 샤시 종류에 따라 설치 방식이 달라지니 제품을 고르시기 전에 판매처나 시공 업체에 창문 실측 결과를 알려 주고 상담받으시길 권합니다.
이제 여름에 창문을 엽니다
방묘창을 달고 나서 달라진 건 제 마음입니다. 예전에는 여름에 창문을 열어 두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신경이 쓰였습니다. 재택으로 일하니 하루 종일 집에 있긴 한데, 화장실에 가거나 택배를 받으러 나가는 잠깐 사이에도 창문 쪽을 흘끔거렸습니다.
지금은 아침에 창문을 열고 저녁까지 그대로 둡니다. 애쉬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바깥을 봅니다. 달라진 건 그 앞에 밀리지 않는 틀이 하나 있다는 것뿐입니다.
작년 그 저녁에 제가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아직도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8년 동안 아무 일이 없었던 건 저희 집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