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동장 적응시키기, 침대 밑에서 40분을 보내고 배웠습니다

고양이 이동장 사진

작년에 애쉬를 병원에 데려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베란다 창고에서 이동장을 꺼내 거실에 내려놓는 순간, 애쉬가 사라졌습니다.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40분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건으로 감싸 안아 억지로 밀어 넣었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애쉬는 이미 진이 빠져 있었습니다. 진료를 보기도 전에 아이는 하루치 에너지를 다 쓴 상태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애쉬가 무서워한 건 이동장이라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그 물건이 나타나면 곧 나쁜 일이 생긴다는 것을 8년 동안 정확하게 학습해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동장을 병원 가는 날에만 꺼냈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방식을 바꾸며 알게 된 고양이 이동장 적응시키기 방법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문제는 이동장이 아니라 꺼내는 타이밍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사건과 사물을 연결해서 기억합니다. 이동장이 나타난 다음에 늘 낯선 차와 낯선 냄새와 주사가 이어졌다면, 아이에게 그 물건은 병원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래서 적응 훈련의 출발점은 훈련 자체가 아니라 이동장을 치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창고에 넣어 두지 말고 거실이나 아이가 자주 머무는 자리에 그냥 두는 것입니다. 문은 열어 둔 채로요.

저는 애쉬가 늘 자던 담요를 이동장 안에 깔아 뒀습니다. 자기 냄새가 나는 물건이 안에 있으면 낯선 상자가 아니라 자기 물건이 됩니다. 며칠 지나자 애쉬가 입구 근처에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이동장을 놓는 자리도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사람이 오가는 통로 한복판보다는 벽에 붙은 조용한 구석이 낫습니다. 고양이는 사방이 트인 곳보다 한쪽이 막힌 자리에서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저는 소파 옆 벽면에 두었는데, 그 자리로 옮기고 나서 애쉬가 들어가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동장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 하드 케이스: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충격에 강하고 청소가 쉬워서 병원 방문이나 장거리 이동에 적합합니다. 대신 무겁고 보관할 때 자리를 차지합니다.
  • 소프트 케이스: 가볍고 접어서 보관하기 편합니다. 가까운 거리에 좋지만, 물어뜯거나 발톱으로 긁는 아이에게는 오래 못 씁니다.
  • 백팩형: 등에 메는 형태라 두 손이 자유롭습니다. 짧은 이동에는 편한데 오래 메고 다니기에는 아이도 사람도 부담입니다.

크기는 안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릴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너무 크면 이동 중에 안에서 몸이 굴러다녀 오히려 불안해하고, 너무 작으면 자세를 바꾸지 못해 힘들어합니다. 나이가 많거나 관절이 편치 않은 아이라면 여유를 조금 더 두시는 게 좋습니다.

적응은 네 단계로 나눠서

  1. 일상 가구처럼 꺼내 두기. 문을 연 채 거실에 두고 익숙한 담요를 깝니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가 안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가까이 와서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절대 끌어당기거나 잡아서 앉히지 마세요.
  2. 간식을 입구에서 안쪽으로. 이동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면 입구 근처에 좋아하는 간식을 놓습니다. 며칠에 걸쳐 조금씩 안쪽으로 옮기면 됩니다. 안에서 간식을 먹거나 잠들면 성공 신호입니다.
  3. 문을 1초만 닫기. 안에서 편하게 쉬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면 문을 아주 짧게 닫습니다. 처음에는 닫히는 느낌만 주고 바로 여세요. 놀라지 않으면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 됩니다.
  4. 집 안에서 짧게 옮겨 보기. 문 닫기가 안정되면 이동장을 들고 거실에서 방까지 짧게 걸어 봅니다. 목적지가 병원이 아닌 경험을 쌓는 게 목적입니다.

이 과정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립니다. 애쉬는 스스로 들어가 자는 데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진도가 멈춘 것 같은 시기도 있었는데, 조급해하지 않고 그냥 두었더니 어느 날 갑자기 들어가 있었습니다.

간식은 평소에 잘 안 주던 것으로 고르시는 게 효과가 좋습니다. 짜먹는 것이나 습식 캔처럼 선호도가 확실한 쪽입니다. 캣닢을 쓰시는 분들도 있는데 반응이 아이마다 크게 갈리니 처음에는 아주 조금만 써 보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실패합니다

제가 실제로 다 저질렀던 것들입니다.

병원 가는 날에만 꺼내기. 가장 흔하고 가장 치명적입니다. 이동장과 병원이 한 덩어리로 묶이면 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이가 도망칩니다.

억지로 밀어 넣기. 그날 제가 수건으로 감싸 밀어 넣은 게 바로 이겁니다. 한 번 이렇게 하면 그동안 쌓은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너무 빨리 문 닫기. 안에서 먹고 쉬는 단계가 충분하지 않은데 문부터 닫으면 갇혔다는 기억만 남습니다.

결과를 빨리 기대하기. 며칠 만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달력이 아니라 아이 반응을 기준으로 진도를 정하셔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실제로 이동해야 하는 날에는 이동장 위에 얇은 천을 덮어 시야를 가려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창밖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큰 자극이거든요. 차 안에서는 좌석 위에 두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고, 급정거나 급회전을 피해 부드럽게 운전하시는 것만으로도 도착했을 때 아이 상태가 달라집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애쉬와 8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행동 전문가도 아니라 여기 적은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적응 훈련과 별개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미루지 마시고, 이동 자체를 아이가 극도로 힘들어한다면 담당 수의사와 방법을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요즘은 거실에 그냥 놓여 있습니다

지금 저희 집 거실 한쪽에는 이동장이 문이 열린 채로 놓여 있습니다. 손님이 오면 저게 왜 저기 있느냐고 묻는데, 애쉬가 가끔 그 안에 들어가서 잡니다.

작년 그날 침대 밑에서 40분을 버티던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이 좀 신기합니다. 달라진 건 이동장이 아니라 그 물건이 언제 나타나느냐뿐이었습니다. 8년 동안 저는 아이에게 이동장을 나쁜 일의 예고편으로 만들어 놓고, 정작 아이가 거부하는 걸 유난스럽다고 여겼습니다. 사실 그건 애쉬가 아주 정확하게 학습한 결과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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