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 미끄럼 방지, 물 마시러 가다 뒷다리가 밀리는 걸 보고

방지패드 사진

반이가 물그릇 쪽으로 가다가 뒷다리가 뒤로 쭉 밀렸습니다.

몸이 주저앉듯 낮아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물을 마셨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노트북 너머로 봤습니다. 재택으로 일하니 낮에 반이가 뭘 하는지 대부분 보는데, 그동안 이런 순간을 몇 번이나 흘려보냈을까 싶었습니다.

열일곱 살이니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자세히 보니 문제가 다리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바닥이 미끄러웠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집을 하나씩 손보며 알게 된 노령견 미끄럼 방지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노령견 뒷다리 힘, 바닥이 절반이었습니다

개의 발바닥은 원래 흙이나 풀 위를 딛도록 되어 있습니다. 젤리라고 부르는 패드가 마찰을 만들어 주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마루나 장판, 타일 위에서는 그 마찰이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젊을 때는 근육으로 버티니까 티가 안 납니다.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지면 그때부터 미끄러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미끄러질 때마다 다리가 벌어지면서 관절과 허리에 순간적인 부담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한 번은 아무 일 없어도 하루에 몇 번씩 몇 년이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다리 힘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바닥은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쪽이었습니다.

미끄러진 뒤에 아이가 그 자리를 피하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 번 크게 미끄러지면 그 구간을 돌아서 다니거나 아예 안 가려고 합니다. 물그릇 앞에서 그러면 물을 덜 마시게 되고, 잠자리 근처면 잘 안 일어나게 됩니다. 바닥 문제가 생활 전체로 번지는 셈입니다.

강아지 발바닥 털,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

돈도 안 들고 당장 되는 게 이겁니다.

패드 사이로 털이 자라 나와 패드를 덮으면 그나마 있던 마찰력마저 사라집니다. 스케이트를 신긴 것과 비슷해집니다. 반이 같은 실키테리어는 털이 계속 자라는 견종이라 특히 빨리 덮입니다.

확인법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서 있을 때 패드 위로 털이 삐져나와 있으면 정리할 때입니다. 보통 2주에서 3주에 한 번쯤 보시면 됩니다.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발바닥만 다듬는 건 집에서 할 수 있습니다.

발톱도 같이 봐야 합니다. 발톱이 길면 패드가 바닥에 제대로 닿지 못해 딛는 감각 자체가 달라지고, 걸을 때 타닥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그때가 정리할 시점입니다.

발바닥에 바르는 미끄럼 방지 제품이나 실내용 양말도 있습니다. 다만 양말은 아이가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고, 잘못 신기면 오히려 감각이 둔해져 더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저는 반이가 신는 걸 싫어해서 쓰지 않았습니다.

노령견 매트, 집 전체를 깔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 저는 거실 전체에 매트를 깔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실제로 다니는 길만 덮으면 됩니다.

며칠 지켜보니 반이의 동선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잠자리에서 물그릇, 물그릇에서 현관, 그리고 제 책상 아래입니다. 그 길에만 미끄럼 방지 러그를 깔았습니다.

특히 신경 쓸 자리가 몇 군데 있습니다.

  • 일어서는 자리: 자다 일어나는 순간이 가장 많이 미끄러집니다. 잠자리 주변은 꼭 덮으세요.
  • 방향을 트는 자리: 복도 끝이나 모서리처럼 몸을 돌리는 지점입니다.
  • 물그릇과 밥그릇 앞: 고개를 숙이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립니다.

깔 때는 밑면이 미끄러지지 않는 제품이어야 합니다. 러그 자체가 밀리면 안 까느니만 못합니다. 저는 몇 개를 사서 손으로 밀어 보고 남겼습니다.

강아지 계단, 소파와 침대는 오르내리는 게 더 위험합니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문제입니다. 착지하는 순간 앞다리에 체중이 전부 실리는데, 그 밑이 미끄러운 바닥이면 그대로 밀립니다.

저희는 소파 앞에 낮은 도그스텝을 뒀습니다. 처음에는 반이가 안 쓰고 그냥 뛰어내렸는데, 계단 위에 간식을 올려 두는 걸 며칠 반복하니 쓰기 시작했습니다.

침대나 소파를 아예 못 올라가게 막는 방법도 있지만, 열일곱 해 동안 올라오던 자리를 갑자기 막으면 아이가 계속 시도하다 더 위험해집니다. 막는 것보다 안전한 길을 만들어 주는 쪽이 나았습니다.

화장실 앞도 놓치기 쉬운 자리입니다. 배변 자세를 잡을 때 뒷다리가 벌어지는데 그 밑이 미끄러우면 자세가 무너집니다. 반이가 배변 실수를 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나이 탓만 했는데, 패드 밑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나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현관 턱과 문턱, 높이를 없애 주세요

반이는 언젠가부터 현관 턱을 한 번에 못 넘게 됐습니다. 이사한 집에서는 더 심했습니다.

여기는 매트보다 경사판이 낫습니다. 턱 높이만큼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 주면 넘는 게 아니라 걸어 올라가는 동작이 됩니다. 시중 제품도 있고, 두꺼운 매트를 접어 두는 것으로도 됩니다.

산책 나갈 때 하네스 등 쪽 손잡이를 살짝 받쳐 주는 방법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걷는 힘에 조금만 보태 주는 정도입니다.

바꾼 뒤에는 아이가 새 구조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러그를 깔면 발밑 감촉이 달라져서 처음 며칠은 오히려 어색해합니다. 반이도 계단을 쓰기까지 일주일쯤 걸렸습니다. 한 번에 다 바꾸기보다 한 군데씩 늘려 가는 편이 아이도 덜 헷갈립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니라 여기 적은 것들은 환경을 바꾸는 이야기일 뿐 치료가 아닙니다. 미끄러짐이 갑자기 심해졌거나 특정 다리를 계속 들고 있거나 일어서는 걸 힘들어한다면 바닥 문제로만 보지 마시고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집이 좀 지저분해졌습니다

지금 저희 집 거실에는 러그가 여기저기 깔려 있고 소파 앞에는 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인테리어로 치면 엉망입니다.

그래도 반이가 물 마시러 갈 때 뒷다리가 밀리는 걸 이제는 보지 않습니다. 열일곱 해 동안 이 아이는 같은 바닥 위를 걸어 다녔는데, 저는 그게 미끄러운 바닥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람은 신발을 신고 다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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