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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 입에 칫솔을 넣으려다 또 실패했습니다.
고개를 홱 돌리고 몸을 빼는데, 힘으로 붙잡을 수는 있어도 그러고 나면 며칠은 제가 손만 뻗어도 피합니다. 이런 실랑이를 열일곱 해 동안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저는 늘 칫솔부터 들이밀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칫솔이 뭔지 알고 입을 벌리지만 개는 그걸 모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낯선 물건이 갑자기 입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오늘은 그 뒤로 순서를 다시 잡은 강아지 양치 이야기를 적어보려 합니다.
강아지 양치질, 칫솔은 마지막 단계입니다
순서를 이렇게 쪼갰습니다. 한 단계에 며칠씩 두고 넘어갔습니다.
- 입 주변 만지기: 양치가 아니라 그냥 주둥이와 볼을 쓰다듬고 끝냅니다. 만지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 입술을 살짝 들춰 보기: 잇몸이 잠깐 보이는 정도까지만 하고 바로 놓아 줍니다.
- 손가락으로 문지르기: 손가락에 치약을 조금 묻혀 앞니 바깥쪽만 문지릅니다. 이 단계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 손가락 칫솔이나 거즈: 손가락에 끼우는 형태로 넘어갑니다.
- 칫솔: 여기까지 와서야 씁니다.
저는 3번에서만 두 주를 보냈습니다. 급하게 다음으로 넘어가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니 오히려 손해입니다.
시작 시점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어린 강아지 때부터 입을 만지는 데 익숙해지면 나중에 훨씬 수월합니다. 다만 늦었다고 못 할 일도 아닙니다. 저는 열일곱 살에 다시 시작했고 그래도 됐습니다. 다만 어릴 때보다 단계를 더 잘게 쪼개야 했습니다.
강아지 치약, 사람 것을 쓰면 안 됩니다
사람 치약에는 삼키면 안 되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개는 뱉는 법을 모르니 전부 삼킵니다.
반려동물 전용 치약을 쓰셔야 합니다. 삼켜도 되게 만들어져 있고 대체로 아이가 좋아하는 향이 들어 있어서, 오히려 이걸 미끼로 쓰는 게 가능합니다. 저는 치약을 손가락에 묻혀 핥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향은 몇 가지 중에 아이가 좋아하는 걸 고르시면 됩니다. 반이는 닭고기 향 쪽에 반응이 좋았습니다. 향이 맞지 않으면 그 단계에서 멈추게 되니 몇 가지 시험해 보실 만합니다.
양치 시간대도 정해 두시면 좋습니다. 아이가 나른해진 뒤가 수월합니다. 저는 저녁 산책을 다녀와 반이가 자리를 잡은 뒤에 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하면 아이도 이 순서를 예상하게 되어 저항이 줄어듭니다.
어디를 닦아야 하는가
전부 닦으려고 하면 실패합니다. 바깥쪽 면만 닦아도 충분합니다.
치태가 가장 잘 쌓이는 자리는 어금니 바깥쪽과 송곳니 주변입니다. 안쪽은 혀가 어느 정도 훑어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자리라 무리해서 넣으면 그동안 쌓은 게 무너집니다.
칫솔은 잇몸과 이가 만나는 선에 비스듬히 대고 작게 원을 그리듯 움직이시면 됩니다. 세게 문지르면 잇몸이 상합니다.
한 번에 몇 분씩 붙잡지 마세요. 한쪽만 30초씩 하고 끝내는 게 낫습니다. 짧게 자주가 원칙입니다.
칫솔은 아이 입 크기에 맞는 것을 고르셔야 합니다. 사람용 칫솔은 머리가 커서 소형견 입에는 안 들어갑니다. 반이처럼 작은 아이라면 유아용만 한 크기이거나 반려동물용 소형 칫솔이 맞습니다. 손가락에 끼우는 형태는 힘 조절이 쉬운 대신 어금니 안쪽까지 닿기는 어렵습니다.
매일 못 하는 날의 대안
이상적인 건 매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덴탈껌이나 치실 장난감은 도움이 되지만 양치를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씹으면서 표면이 어느 정도 긁히는 정도이지 잇몸 선까지 닿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건사료를 먹으면 치석이 안 생긴다는 말도 있는데, 개는 대부분 알갱이를 씹기보다 삼킵니다. 마찰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거즈로 훑는 것도 방법입니다. 칫솔을 거부하는 날에는 손가락에 거즈를 감아 앞니와 송곳니만 한 번 문지르고 끝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매일 하는 쪽이 낫습니다.
끝나고 나면 매번 간식을 줍니다. 이걸 빼먹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그냥 불편한 일만 남습니다. 저는 양치 전용으로 쓰는 간식을 따로 두고 그때만 꺼냅니다. 반이가 요즘 제가 치약을 꺼내면 먼저 다가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령견 양치, 힘을 빼는 게 먼저입니다
반이가 열일곱이 되면서 방식을 또 바꿨습니다.
나이가 들면 잇몸이 약해집니다. 젊을 때와 같은 힘으로 문지르면 아프기만 하고 아이가 더 거부합니다. 닿는다는 느낌만 나는 정도로 힘을 확 줄였습니다. 칫솔도 모가 부드러운 것으로 바꿨습니다.
자세도 다릅니다. 예전에는 앉혀 놓고 했는데 지금은 반이가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제가 옆에 앉아 합니다. 서 있는 시간이 부담이라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에 다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오른쪽, 내일은 왼쪽으로 나눕니다. 열일곱 살에게는 이 정도가 맞더군요. 양치하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그날은 거기서 멈추는 게 맞습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니라 여기 적은 것은 어디까지나 집에서 닦는 습관을 들이는 이야기이고, 치료나 치석 제거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입에서 냄새가 심해졌거나 잇몸이 붉거나 밥을 먹을 때 불편해 보인다면 집에서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오늘은 오른쪽만 닦았습니다
방금 반이 오른쪽 어금니만 30초쯤 닦고 끝냈습니다. 반이는 그동안 엎드린 채로 눈만 껌뻑였습니다.
열일곱 해 동안 저는 양치를 하나의 완결된 일로 생각했습니다. 하면 제대로 다 해야 하고 못 하면 안 한 것이라고요. 그래서 실랑이가 시작되면 포기했고, 포기한 날이 쌓여서 결국 거의 안 한 셈이 됐습니다.
지금은 반쪽만 닦고도 오늘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준으로 바꾸고 나서야 매일 하게 됐습니다. 완벽하게 하려다 못 한 열일곱 해보다, 반쪽씩 하는 요즘이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