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목욕, 열일곱 살이 되니 순서부터 바꿨습니다

강아지 목욕 사진

욕실에서 반이 뒷다리가 미끄러졌습니다.

씻기던 중이라 손으로 받쳐 세웠는데, 젖은 타일 위에서 다리가 계속 벌어졌습니다. 거실 바닥은 매트를 깔아 뒀는데 욕실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목욕을 마치고 나온 반이는 평소보다 훨씬 지쳐 있었습니다. 씻는 일 자체보다 그 시간 내내 버티고 서 있는 게 힘들었던 겁니다.

오늘은 그 뒤로 순서를 다시 잡은 강아지 목욕 방법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목욕 전에 빗질부터 해야 합니다

이걸 건너뛰면 나중에 손을 못 씁니다.

엉킨 털이 물에 젖으면 그 자리가 더 단단하게 뭉칩니다. 마르고 나면 빗으로는 풀리지 않아 잘라내야 합니다. 반이 같은 실키테리어처럼 털이 계속 자라는 견종은 특히 그렇습니다.

목욕 전에 전체를 한 번 빗어 주시고, 뭉친 자리가 있으면 그것부터 풀고 시작하셔야 합니다.

욕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도 이때 함께 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열일곱 해를 그냥 타일 위에서 씻겼습니다. 젖은 타일은 마른 마루보다 훨씬 미끄럽습니다.

목욕 주기도 정해 두시면 좋습니다. 자주 씻길수록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피부가 건조해집니다. 실내 생활 위주라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잡고, 산책이 많거나 더러워지는 일이 잦으면 그때그때 조절하시면 됩니다.

물 온도는 사람 기준보다 낮게

사람이 기분 좋다고 느끼는 온도는 개에게 뜨겁습니다. 개의 평상시 체온이 사람보다 높아서 같은 물이 더 뜨겁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미지근하다고 느껴지는 정도면 됩니다. 손등 안쪽에 대봤을 때 뜨겁다는 느낌이 없어야 합니다.

물줄기도 세게 쏘지 마세요. 샤워기를 몸에 가까이 대고 낮은 압력으로 흘려보내는 편이 아이가 덜 놀랍니다. 저는 샤워기 헤드를 반이 몸에 거의 붙여서 씁니다. 소리도 덜 나서 아이가 훨씬 얌전해집니다.

목욕 전에 준비물을 미리 꺼내 두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샴푸와 수건, 빗, 드라이기를 손 닿는 자리에 두면 아이를 세워 둔 채 뭔가를 찾으러 나갈 일이 없어집니다. 젖은 아이를 혼자 두는 시간이 짧을수록 사고도 줄어듭니다.

씻기는 순서, 발부터 시작합니다

머리에 물부터 뿌리면 아이가 그 순간 놀라서 몸을 텁니다.

발과 다리부터 적시고 몸통으로 올라간 다음 마지막에 얼굴 순서가 맞습니다. 심장에서 먼 곳부터 적시는 셈이라 아이에게도 부담이 적습니다.

얼굴은 샤워기 대신 젖은 수건으로 닦는 편이 낫습니다. 눈과 코에 물이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고 아이도 덜 저항합니다.

샴푸는 반드시 반려동물 전용을 쓰셔야 합니다. 사람 샴푸는 피부 산도가 달라서 자극이 됩니다. 헹굴 때는 씻은 시간보다 오래 헹군다는 생각으로 하시면 됩니다. 남은 샴푸가 피부 트러블의 흔한 원인입니다.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귀는 목욕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위입니다.

물이 귓속에 남으면 습기가 차면서 염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귀가 덮여 있는 견종은 통풍이 안 돼서 더 위험합니다.

얼굴을 씻길 때 귀를 뒤로 살짝 접어 주면 물이 들어가는 걸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솜을 넣는 방법도 있는데, 깊이 넣으면 오히려 위험하니 저는 접는 쪽만 씁니다.

목욕이 끝나면 귓바퀴 안쪽을 마른 수건으로 가볍게 닦아 주세요. 면봉을 깊이 넣는 건 하지 마시는 게 좋습니다.

발가락 사이도 놓치기 쉬운 자리입니다. 산책하며 가장 더러워지는 부위인데 씻을 때는 대충 지나가게 됩니다. 손가락으로 벌려서 하나씩 헹궈 주시고, 말릴 때도 이 사이가 젖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습기가 남으면 염증으로 이어지기 쉬운 자리입니다.

드라이가 목욕의 절반입니다

털이 젖은 채로 두면 피부가 습해지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속털이 있는 견종은 겉이 말라도 안쪽이 젖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건으로 최대한 물기를 걷어 낸 뒤 드라이를 시작하시면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문지르지 말고 눌러서 흡수시키는 편이 털에 부담이 적습니다.

드라이기는 따뜻한 바람보다 미지근한 바람으로, 한 자리에 오래 대지 말고 계속 움직이면서 씁니다. 화상 위험도 있고 뜨거우면 아이가 도망갑니다.

말리면서 동시에 빗어 주면 결이 눕고 엉킴도 줄어듭니다. 소리를 무서워하는 아이라면 드라이기를 멀리 두고 낮은 바람부터 시작해 며칠에 걸쳐 익숙해지게 하시면 됩니다.

노령견 목욕, 시간을 줄이는 게 먼저입니다

반이를 씻기면서 제일 크게 바뀐 부분입니다.

나이가 들면 서 있는 것 자체가 노동입니다. 젊을 때는 이십 분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 시간이 산책보다 부담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바꿨습니다. 전체 목욕 주기를 늘리고, 대신 발과 엉덩이처럼 더러워지기 쉬운 부위만 부분적으로 자주 닦습니다. 목욕하는 날에는 미리 물을 받아 두고 샴푸를 미리 풀어 두어서 아이가 서 있는 시간 자체를 줄입니다.

중간에 힘들어하면 멈추셔야 합니다. 헐떡임이 심해지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으면 그날은 거기까지가 맞습니다. 다 씻기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일이 아닙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미용사도 아니라 여기 적은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피부에 붉은 자국이나 딱지가 있거나 목욕 후 계속 긁는다면 샴푸 문제로만 보지 마시고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심장이나 관절에 부담이 있는 아이라면 목욕 주기와 방식을 담당 수의사와 상의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욕실에도 매트를 깔았습니다

지금 저희 집 욕실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가 깔려 있습니다. 사람이 쓰기에는 걸리적거리는데 반이 목욕할 때만 꺼내기가 번거로워 그냥 뒀습니다.

거실 바닥이 미끄럽다는 건 진작 알아채고 손을 봤으면서, 물까지 묻는 욕실은 열일곱 해 동안 그대로 뒀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지나다니는 자리만 생각했지,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자리는 눈에 안 들어왔던 겁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자리는 꼭 자주 가는 곳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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