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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거실에서 공을 굴렸는데 반이가 쳐다만 봤습니다.
“아빠, 반이 이제 안 놀아?”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전 반이는 공이 굴러가면 뒷발로 미끄러지면서 쫓아가 물고 왔습니다. 지금은 눈으로만 따라가다 다시 엎드립니다.
그날 저녁에 장난감 바구니를 꺼내 봤습니다. 안에 있는 것들이 전부 반이가 젊을 때 쓰던 것이었습니다. 던지고 쫓는 공, 힘껏 물어야 소리가 나는 인형, 한참을 씹어야 하는 딱딱한 스틱. 반이가 노는 걸 그만둔 게 아니라 바구니가 그대로였던 겁니다.
오늘은 그 뒤로 다시 정리한 강아지 장난감 고르는 기준을 적어보려 합니다.
강아지 장난감 삼킴, 제일 먼저 볼 것
재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떨어져 나올 부품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인형에 붙은 눈이나 코, 리본 같은 것들입니다. 아이가 물어뜯다 떼어 내면 그대로 삼킵니다. 장식이 적고 구조가 단순할수록 안전합니다.
크기도 중요합니다. 아이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는 위험합니다. 삼키다 목에 걸릴 수 있어서, 입보다 확실히 큰 것을 고르셔야 합니다. 반대로 너무 크면 물지를 못해 흥미를 잃습니다.
터진 뒤에는 버리셔야 합니다. 봉제 인형이 뜯어져 솜이 나오면 그때가 교체 시점입니다. 저는 예전에 반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솜이 삐져나온 인형을 계속 뒀는데, 지금 생각하면 위험했습니다.
씹는 힘이 센 아이라면 처음부터 내구성 있는 재질을 고르는 게 낫고, 어떤 재질이든 혼자 두고 씹게 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소재도 한 번 확인해 두시면 좋습니다. 무독성 표기가 있는지, 물었을 때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정도입니다. 아이가 입에 넣고 오래 물고 있는 물건이라 사료만큼은 아니어도 신경 쓸 만합니다.
강아지 노즈워크, 몸 대신 코를 쓰게 합니다
반이 같은 노령견에게 가장 잘 맞았던 게 이쪽이었습니다.
노즈워크는 천이나 플라스틱 구조물 안에 간식을 숨겨 두고 아이가 냄새로 찾아 먹게 하는 장난감입니다. 뛰거나 점프할 필요가 없어서 관절에 부담이 없는데, 정작 아이는 꽤 지칩니다. 코를 쓰는 일이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거든요.
반이는 처음엔 어리둥절해했습니다. 그래서 며칠은 간식을 아예 위에 올려 두고 냄새만 익히게 했고, 그다음부터 조금씩 안쪽에 숨겼습니다. 지금은 아들이 간식을 넣어 주는 게 저녁 일과가 됐습니다.
간식이 너무 쉽게 쏟아지면 금방 흥미를 잃고, 반대로 너무 어려우면 포기합니다. 처음에는 쉬운 구조로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난이도를 올리시는 게 좋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보호자가 나간 뒤 불안해하는 경우, 나가기 직전에 노즈워크를 꺼내 주면 그 시간을 다른 데 쓰게 됩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분리불안이 해결되지는 않으니 보조 수단으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강아지 이갈이 장난감, 나이에 따라 재질이 달라집니다
씹기용 장난감은 나이대별로 기준이 정반대가 됩니다.
이갈이 시기의 어린 강아지는 잇몸이 예민해서 부드러운 재질이 맞습니다. 한창 힘이 좋은 성견은 쉽게 부서지지 않는 내구성이 기준이 됩니다.
문제는 노령견입니다. 나이가 들면 치아가 약해지는데, 딱딱한 나무나 뿔 종류를 계속 씹다가 이가 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이 바구니에 있던 스틱이 딱 그런 것이었고, 저는 그걸 치웠습니다. 반이는 이미 건사료를 물에 불려 먹는 상태였는데 씹는 장난감만 예전 그대로 두고 있었던 겁니다.
강아지 삑삑이 인형, 소리가 안 통할 때도 있습니다
소리 나는 장난감은 흥미를 끄는 데 효과적입니다. 사냥감이 내는 소리와 비슷해서 본능적으로 반응한다고 합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 청력이 떨어지면서 반응이 줄어듭니다. 반이도 요즘은 삑삑 소리에 고개를 잘 안 듭니다. 예전만큼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안 들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소리 대신 냄새와 촉감으로 흥미를 끄는 쪽으로 바꾸시면 됩니다. 간식 냄새가 배어 있는 장난감이나 부드러운 재질 쪽입니다.
터그놀이용 밧줄도 나이를 봐야 합니다. 젊을 때는 서로 당기며 노는 게 좋은 운동이지만, 목이나 이가 약해진 아이에게는 무리가 됩니다. 반이와는 이제 당기지 않고 그냥 물고 있게만 둡니다.
고르기 전 확인할 네 가지
- 떨어져 나올 부품이 없는지 봅니다. 눈, 코, 리본, 방울 같은 것들입니다.
- 아이 입보다 확실히 큰지 확인합니다. 삼킬 수 있는 크기가 가장 위험합니다.
- 지금 나이에 맞는 재질인지 봅니다. 이갈이용은 부드럽게, 성견은 튼튼하게, 노령견은 이에 무리가 안 가는 쪽입니다.
- 혼자 놀 것과 같이 놀 것을 나눕니다. 노즈워크처럼 혼자 하는 것과 공이나 터그처럼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을 둘 다 두시면 좋습니다.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성향에 맞는 것 몇 개를 돌려 쓰는 편이 낫습니다. 늘 나와 있으면 금방 질리니, 며칠씩 바꿔 가며 꺼내 주면 같은 장난감도 새것처럼 씁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와 17년을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훈련사도 아니라 여기 적은 기준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장난감 조각을 삼킨 것 같거나 씹다가 이가 상한 것 같다면 지켜보지 마시고 바로 동물병원에 가시길 권합니다. 치아나 관절에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 씹기용 장난감을 고르기 전에 담당 수의사와 상의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바구니를 바꿨습니다
지금 반이 바구니에는 공이 없습니다. 대신 간식을 숨기는 천 장난감과 부드러운 인형 몇 개가 들어 있습니다.
아들에게는 반이가 안 노는 게 아니라 노는 방법이 달라진 것뿐이라고 말해 줬습니다. 요즘 아들은 공을 굴리는 대신 노즈워크에 간식을 넣습니다. 반이가 코를 박고 한참을 뒤지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게 둘의 새로운 놀이가 됐습니다.
바구니 안이 몇 년째 그대로였다는 걸 알아채는 데 저는 오래 걸렸습니다. 아이는 계속 변하는데 제가 준비해 둔 것만 열일곱 살 전에 멈춰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