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꾹꾹이와 골골송, 병원 가는 차 안에서 골골거리는 애쉬를 보고 찾아봤습니다

고양이 꾹꾹이 사진

작년에 애쉬를 병원에 데려가던 차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동장 안에서 애쉬가 낮게 그르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침대 밑으로 들어가 40분을 버티다 억지로 실려 나온 아이였습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듣고 이제 체념하고 마음을 놓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운전하면서 잘됐다고 혼잣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해서 이동장 문을 열어 보니 애쉬는 구석에 몸을 딱 붙인 채 굳어 있었습니다. 마음을 놓은 상태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날 저녁에야 찾아봤습니다. 골골송은 기분이 좋을 때만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그때 알게 된 고양이 꾹꾹이와 골골송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꾹꾹이는 새끼 시절의 흔적입니다

꾹꾹이는 아기 고양이가 어미젖을 먹을 때 하던 행동에서 왔다고 합니다. 젖이 잘 나오도록 어미의 배를 앞발로 번갈아 누르던 동작이, 다 자란 뒤에도 몸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행동은 아무 데서나 나오지 않습니다. 푹신한 담요 위나 좋아하는 사람의 무릎처럼 지금 안전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주로 나옵니다.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새끼 때만큼 마음이 놓인다는 표현에 가까운 셈입니다.

애쉬는 제가 저녁에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올라옵니다. 저는 그동안 발톱을 다듬는 행동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 시간대가 애쉬에게도 하루 중 가장 긴장이 풀리는 때였던 겁니다. 그걸 알고 나니 무릎이 좀 아파도 그냥 두게 됐습니다. 하루 중 애쉬가 저를 가장 안전하게 여기는 시간이 그때라는 뜻이니까요.

꾹꾹이를 할 때 발톱이 나와서 아프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때 아이를 밀어내면 안전하다고 느끼던 순간이 끊기니, 무릎에 담요를 한 장 깔아 두는 쪽이 낫습니다. 저는 소파 팔걸이에 두꺼운 담요를 하나 걸어 두고 애쉬가 올라오면 그걸 무릎에 덮습니다. 발톱을 미리 다듬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꾹꾹이를 하면서 침을 흘리거나 담요를 입으로 빠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것도 젖을 먹던 시절의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합니다.

애쉬는 침은 흘리지 않는데 대신 꾹꾹이를 하면서 낮게 울음소리를 냅니다. 찾아보니 이런 세부적인 차이는 어릴 때 젖을 뗀 시기나 어미와 보낸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같은 꾹꾹이라도 그 안에 각자의 어린 시절이 다르게 남아 있는 셈입니다.

반대로 꾹꾹이를 전혀 하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건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개체 차이에 가깝다고 합니다. 아주 어릴 때 어미와 떨어졌거나 성격이 독립적인 아이는 다른 방식으로 신뢰를 표현합니다. 옆에 와서 등을 붙이고 앉거나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는 것도 같은 뜻입니다.

골골송은 기쁠 때만 내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여기가 제가 크게 잘못 알고 있던 부분입니다.

골골송은 편안할 때도 나오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아플 때도 나옵니다. 낯설고 무서운 상황에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는 소리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설명도 있었습니다. 골골송의 진동 주파수가 뼈와 조직의 회복을 돕는 범위와 겹친다는 연구가 있어서, 고양이가 몸이 안 좋을 때 회복을 돕기 위해 이 소리를 낸다는 가설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골골송이 들린다고 해서 아이가 편안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날 차 안에서 애쉬가 낸 소리는 안심의 표시가 아니라 스스로를 달래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그걸 정반대로 읽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골골송을 내는 방식 자체는 성대가 아니라 목 안쪽 근육이 빠르게 떨리면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숨을 들이쉴 때도 내쉴 때도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우는 소리와 달리 입을 벌리지 않고도 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소리가 아니라 맥락을 봐야 했습니다

그 뒤로는 골골송이 들리면 소리만 듣지 않고 몸을 같이 봅니다.

  • 편안한 쪽: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근육에 힘이 빠져 있습니다. 만졌을 때 몸이 늘어져 있습니다.
  • 불편한 쪽: 몸이 뻣뻣하고 자세를 자주 바꿉니다. 동공이 커져 있거나 귀가 뒤로 젖혀져 있기도 합니다.

같은 소리인데 앞뒤 상황을 함께 보니 훨씬 많은 게 읽혔습니다. 밥그릇 앞에서 내는 소리, 제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내는 소리, 이동장 안에서 내는 소리가 다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집에 개가 같이 있으면 이 차이가 더 헷갈립니다. 반이는 감정이 꼬리와 자세에 거의 그대로 나오는데, 애쉬는 같은 소리가 정반대 뜻일 수 있으니까요. 두 종을 같이 키우면서 제가 제일 늦게 배운 게 이 부분이었습니다. 개의 신호를 읽던 방식으로 고양이를 읽으면 거의 매번 틀립니다. 8년이 지나서야 저는 두 아이를 다른 언어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판단이 애매할 때 제가 쓰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아이가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지 보는 것입니다. 무릎 위에서 내는 골골송은 언제든 내려가면 그만이니 편안한 쪽일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이동장 안이나 병원 진료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자리에서 나오는 소리라면 달래는 쪽으로 보는 게 맞더군요.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애쉬와 8년을 지내며 관찰한 내용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행동 전문가도 아니고, 여기 적은 내용으로 아이의 상태를 진단하실 수는 없습니다. 평소보다 골골송이 잦아지거나 웅크린 자세, 식욕 저하 같은 다른 변화가 함께 보인다면 애정 표현으로 넘기지 마시고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무릎이 저려도 그냥 둡니다

요즘도 애쉬는 저녁이면 무릎으로 올라와 담요를 꾹꾹 누릅니다. 한참 그러다 자리를 잡고 골골거리기 시작하면, 저는 일하던 노트북을 옆으로 밀어 둡니다.

8년을 같이 살면서 저는 이 두 가지를 그냥 귀여운 재롱으로만 봤습니다. 실은 꾹꾹이는 지금 안전하다는 말이었고, 골골송은 그때그때 다른 말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들었던 그 소리를 제가 제대로 읽었더라면, 적어도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이동장 위에 손이라도 올려 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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