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초인종이 울리자 반이가 현관으로 달려가면서 짖기 시작했습니다.같은 순간 애쉬는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문을 열어야 하는데 발밑에서는 개가 뛰고 있고, 신발장 옆에는 손님이 서 있습니다. 그 몇 초 사이에 집이 통째로 뒤집힙니다.
명절이나 손님이 오는 날마다 이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걸 그때그때 수습하는 일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끝나 있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정리한 손님 맞이 준비를 적어보려 합니다.
강아지 초인종 짖음, 문 열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초인종 소리에 짖는 건 경계 반응입니다. 낯선 소리가 나고 곧이어 낯선 사람이 들어오니 아이 입장에서는 예측 그대로입니다.
문제는 그 순간에 사람이 하는 행동입니다. 짖는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르면 아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읽습니다. 손님도 당황해서 목소리가 커집니다. 소음이 소음을 부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저는 초인종이 울리면 먼저 반이를 다른 방으로 옮기고 문을 엽니다. 손님을 앉히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에 반이를 데려옵니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짖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손님에게 미리 부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도착했을 때 초인종 대신 전화를 달라고 하면 그 소리 하나가 사라집니다.
평소에 초인종 소리를 미리 익히게 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람이 없을 때 초인종을 눌러 보고 아이가 짖지 않으면 간식을 주는 식입니다. 소리와 나쁜 일이 붙어 있던 연결을 조금씩 떼어 놓는 것인데, 며칠 만에 되는 일은 아니라 여유가 있을 때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고양이 손님, 숨을 자리를 먼저 만들어 주세요
애쉬는 반대로 도망칩니다. 이건 막을 일이 아니라 도망칠 곳을 정해 줘야 하는 일입니다.
손님이 오기 전에 조용한 방 하나를 비워 두고 숨숨집과 물, 화장실을 그 안에 넣어 둡니다. 문은 살짝 열어 둡니다. 애쉬는 알아서 들어가고 사람들이 돌아가면 알아서 나옵니다.
아이가 숨어 있는 걸 억지로 꺼내 손님에게 보여 주지 마세요. 손님은 잠깐 귀엽다고 하고 말지만 아이는 그 자리를 안전한 곳으로 여기지 않게 됩니다.
손님에게 미리 알려 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아이가 나오면 먼저 손을 뻗지 말고 모른 척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쪽으로 먼저 다가갑니다. 반겨 주려는 마음이 오히려 아이를 더 숨게 만듭니다.
현관문 열리는 순간, 탈출 사고가 납니다
손님이 오는 날 가장 위험한 게 이겁니다. 문이 평소보다 오래, 여러 번 열립니다.
신발을 벗고 인사하는 그 몇 초가 아이에게는 나갈 수 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고양이는 사람 다리 사이로 순식간에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문을 열기 전에 아이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현관이 보이지 않는 방에 있거나, 안겨 있거나, 문이 닫힌 공간에 있어야 합니다. 방묘문이나 안전문을 현관 앞에 세워 두면 이 걱정이 크게 줍니다.
명절에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이동장 적응이 되어 있는지가 크게 갈립니다. 준비 없이 차에 태우면 도착하기도 전에 아이가 지치니, 상황이 허락한다면 집에 두고 펫시터를 부르거나 맡기는 쪽도 함께 고려해 보시면 좋습니다.
명절 손님, 오래 머무는 날은 다릅니다
한두 시간 손님과 하루 종일 사람이 있는 명절은 다릅니다.
아이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중간중간 만들어 주세요. 계속 사람들 틈에 있으면 지칩니다. 저는 반이를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조용한 방으로 데려가 눕힙니다. 열일곱 살이라 사람보다 먼저 지칩니다.
밥 시간과 산책 시간은 지키시는 게 좋습니다. 손님이 있다고 미루면 아이 하루 리듬이 무너지고, 그게 밤에 짖음이나 배변 실수로 돌아옵니다.
음식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신경 쓰셔야 합니다. 명절 상에는 아이가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올라옵니다. 저는 아예 상 근처에 못 오게 하고, 손님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아 달라고 미리 말합니다. 거절이 아니라 부탁으로 전하면 대부분 웃으면서 지켜 줍니다.
현관 앞이 아니라 거실 안쪽까지 이어지는 동선도 한 번 보시면 좋습니다. 손님 가방이나 벗어 둔 외투에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안에 약이나 사탕처럼 삼키면 안 되는 것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저는 손님 짐을 아예 방 하나에 몰아 둡니다.
아이 손님이 올 때는 한 번 더
친척 아이들이 오는 날은 규칙을 한 번 더 알려 줘야 합니다.
우리 집 아들에게는 평소 알려 준 게 쌓여 있지만, 가끔 오는 아이들은 모릅니다. 안아 올리려 하거나 자고 있는데 다가가거나 도망가는 고양이를 쫓아갑니다.
저는 아이들이 오면 처음에 한 번 말해 둡니다. 자고 있을 때는 만지지 않기, 도망가면 쫓아가지 않기, 안는 건 어른이 있을 때만입니다. 짧게 셋만 말해 두면 대부분 기억합니다. 아이들에게는 하지 말라는 말보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려 주는 편이 잘 통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 애쉬와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행동 전문가도 아니라 여기 적은 방식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손님이 다녀간 뒤 며칠씩 밥을 거의 먹지 않거나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면 성격 문제로 보지 마시고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사람에게 공격적인 반응이 반복된다면 혼자 감당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손님이 가고 나면
사람들이 돌아가면 반이는 바로 엎드려 잡니다. 애쉬는 한참 뒤에야 방에서 나옵니다.
예전에는 손님이 있을 때 아이들이 소란스러운 게 부끄러웠습니다. 조용히 시키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그날은 낯선 소리와 낯선 사람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날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반가운 사람이 아이들에게는 그냥 낯선 사람입니다.
이제는 손님이 오기로 하면 방부터 하나 비웁니다. 준비할 게 하나 늘었지만 그날 저녁이 훨씬 조용해졌습니다. 손님을 맞는 준비에 아이들 몫이 빠져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