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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소파 아래에서 자고 있는 반이 뒤로 다가가 껴안으려는 걸 봤습니다.
급히 아들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소리에 반이가 먼저 놀라서 고개를 홱 돌렸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저는 잠깐 심장이 내려앉았습니다.
반이는 열일곱 살입니다. 요즘은 이름을 불러도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듭니다. 자고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몸이 닿으면 그게 누구인지 알아채기 전에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일곱 살 아들은 그걸 모릅니다. 반이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집에 있었던, 늘 순한 개니까요.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규칙을 알려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정리한 아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지내는 규칙을 적어보려 합니다.
아이와 강아지, 만지면 안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가르칠 규칙은 복잡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세 가지로 줄였습니다.
- 밥 먹을 때는 지나가지도 않기. 식사 중에 손이 다가오는 건 아이 입장에서 뺏길 수도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 화장실에 있을 때는 부르지 않기. 배변 중에는 몸을 피하기 어려워서 가장 취약한 순간입니다.
- 자고 있을 때는 절대 만지지 않기. 깨어 있을 때 다가가는 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일곱 살에게는 이유까지 설명해야 지켜집니다. 저는 아들에게 “너도 자고 있는데 누가 갑자기 안으면 놀라잖아”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는 반이가 자면 아들이 먼저 발끝으로 걸어 다닙니다. 규칙보다 이유가 먼저였습니다.
장난감을 주고받는 상황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물고 있는 걸 손으로 빼앗으면 지키려는 반응이 나옵니다. 아들에게는 반이 입에 들어간 건 그냥 두라고 했고, 대신 다른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리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아이와 고양이, 안는 것부터 다시 가르쳐야 했습니다
애쉬 쪽은 규칙이 하나 더 붙습니다.
고양이는 대부분 들어 올려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몸을 비틀어 빠져나가려 하는데, 그때 발톱이 스칩니다. 아들이 팔에 세 줄을 긁혔던 것도 정확히 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는 안지 말고 옆에 앉으라고 가르쳤습니다. 손을 내밀어 애쉬가 먼저 냄새를 맡게 하고, 다가오면 그때 등 쪽만 쓰다듬는 순서입니다. 배와 꼬리, 발은 만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도망가면 쫓아가지 않기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놀이인데 고양이에게는 추격입니다. 애쉬가 캣타워로 올라가면 그날 놀이는 끝입니다.
노령견과 노령묘는 기준이 더 엄격해집니다
반이가 열일곱이 되면서 규칙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청력과 시력이 떨어집니다. 예전 같으면 아이가 다가오는 걸 진작 알아챘을 텐데 이제는 코앞에 와서야 압니다. 관절도 예전 같지 않아서 갑자기 안아 올리면 아픈 자세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반이를 안는 건 어른만 하기로 했습니다. 아들은 쓰다듬는 것까지입니다. 대신 다가갈 때는 뒤가 아니라 앞에서, 이름을 부르면서 가라고 했습니다. 소리가 잘 안 들리니 그림자나 진동으로 먼저 알아채게 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규칙을 잊는 건 당연합니다. 저도 한 번 말하고 끝낸 게 아니라 몇 주 동안 같은 상황이 올 때마다 다시 짚었습니다. 야단치는 대신 그 자리에서 조용히 알려주는 방식이 훨씬 오래갔습니다.
반려동물 돌봄, 아이에게 역할 하나 주기
규칙만 늘어놓으면 아이 입장에서는 하지 말라는 말만 쌓입니다. 그래서 반대쪽도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맡은 건 간식 담당입니다. 애쉬 발톱을 깎을 때 옆에서 하나씩 간식을 주고, 반이 노즈워크에 간식을 숨기는 것도 아들 몫입니다. 요즘은 자기가 먼저 발톱 깎을 때가 됐다고 알려줍니다.
역할을 주고 나서 달라진 게 있습니다. 아이가 반려동물을 만지는 대상이 아니라 돌보는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이유도 혼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이와 애쉬가 편하기 위해서로 바뀌었습니다.
아이 나이에 맞게 고르시면 됩니다. 물그릇 확인하기, 산책 가방 챙기기, 빗질 한 번 해주기 정도면 충분합니다. 매일 하는 일 하나를 정해 두면 아이도 지키기 쉬워집니다.
둘만 있게 두지 않는 것도 규칙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순한 아이여도 어른이 없는 자리에서는 상황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아들이 반이나 애쉬와 놀 때는 같은 공간에 있으려고 합니다. 감시한다기보다 신호를 대신 읽어 주기 위해서입니다.
아이가 긁히거나 물렸을 때
일이 생기면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상처를 흐르는 물에 씻고 소독합니다. 그다음 붓거나 열이 오르는지, 아이가 계속 아파하는지 지켜보시고, 조금이라도 걸리면 병원에 가는 게 맞습니다. 특히 무는 상처는 겉보기보다 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동물을 혼내지 마세요. 아이가 우는 상황이라 반사적으로 그렇게 되는데, 대부분은 동물이 먼저 신호를 보냈는데 아이가 못 읽은 경우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상황이 됐는지를 아이와 함께 되짚는 편이 다음을 막습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 애쉬와 아들이 한집에서 지내며 겪은 일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소아과 의사도 아니라 여기 적은 방법이 모든 집에 맞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물리거나 긁혔을 때의 처치는 상처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 병원에서 판단받으시는 게 안전하고, 반려동물이 아이에게 반복해서 경계 반응을 보인다면 행동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발끝으로 걸어 다닙니다
지금 아들은 반이가 자고 있으면 거실을 발끝으로 지나갑니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합니다.
돌아보면 저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잘 지내기만 바랐습니다. 반이가 순하고 애쉬가 사람을 좋아하니 알아서 괜찮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규칙을 모르면 지킬 방법이 없고, 동물은 싫다는 말을 다른 방식으로만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를 이어 주는 게 어른이 할 일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