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이사하기, 개는 저를 따라오고 고양이는 사라졌습니다

반려동물과 이사 후 찍은 사진

이삿짐 사다리차가 들어오던 아침, 반이는 제 발밑에 붙어 있었습니다.

제가 방으로 가면 방으로 따라오고 현관에 서면 현관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애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 집을 뒤지다 결국 세탁기 뒤 좁은 틈에서 찾았습니다. 불러도 나오지 않아서 손을 넣어 꺼내야 했습니다.

같은 상황인데 두 아이의 반응이 정반대였습니다.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개는 사람에게 소속감을 느끼고 고양이는 공간에 소속감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반이에게 이사는 제가 옆에 있으니 견딜 만한 일이었고, 애쉬에게는 세상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때 겪은 것들을 반려동물과 이사할 때 알아 두면 좋을 순서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반려동물 이사 준비물, 이삿짐과 따로 챙기세요

가장 먼저 배운 게 이겁니다. 아이들 물건을 이삿짐 상자에 같이 넣으면 정작 필요할 때 어느 상자에 있는지 모릅니다.

따로 담아 두셔야 하는 것들입니다.

  • 먹는 것: 사료, 물, 간식, 식기
  • 배변용품: 패드나 모래, 화장실 본체
  • 이동 관련: 이동장, 목줄이나 하네스, 리드줄
  • 서류: 예방접종 기록, 동물등록증
  • 익숙한 물건: 늘 쓰던 담요, 방석, 좋아하는 장난감

마지막 항목이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새집에서 제일 먼저 꺼내 놓아야 할 게 이 물건들이거든요. 냄새가 배어 있는 담요 한 장이 낯선 공간을 조금이나마 아는 공간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사 당일, 현관이 계속 열려 있습니다

이날이 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날입니다. 작업자들이 오가느라 현관문이 몇 시간씩 열려 있고, 사람도 짐도 낯섭니다.

아이를 집에 그냥 두고 짐을 빼면 안 됩니다. 문이 닫히는 방 하나에 격리하거나 이동장에 두고, 그 문에 아이가 있다는 표시를 붙여 두시는 게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가족이나 지인 집에, 아니면 하루 호텔링을 맡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애쉬 때문에 다음 이사부터는 이 방법을 씁니다.

새집에 도착해서도 순서가 있습니다. 아이를 풀어놓기 전에 창문과 방충망, 현관 잠금부터 확인하세요. 베란다 틈이나 배관 구멍처럼 몸이 들어갈 만한 자리도 함께 봐야 합니다. 낯선 곳에 온 고양이는 숨을 곳을 찾다가 밖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차로 옮길 때도 손에 안고 타지 마시고 이동장에 넣으셔야 합니다. 급정거 한 번에 아이가 튀어 나가면 사고로 이어집니다. 이동장은 좌석 위에 두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고, 창밖 자극이 크면 얇은 천을 덮어 시야를 가려 주면 도움이 됩니다.

차 안 온도도 봐 주세요. 거리가 길다면 중간에 물을 마실 기회를 주는 편이 좋고, 출발 직전에 밥을 잔뜩 먹이는 건 피하시는 게 낫습니다.

고양이 이사 스트레스, 방 하나부터 시작하세요

애쉬 때 제가 가장 크게 틀린 부분입니다. 저는 새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동장을 열어 줬습니다. 넓어졌으니 좋아하겠거니 했는데, 애쉬는 그날 밤을 침대 밑에서 보냈습니다.

고양이에게는 작은 방 하나를 먼저 안전 기지로 만들어 주는 것이 맞았습니다. 화장실과 밥그릇, 물, 늘 쓰던 담요를 그 방에 전부 넣고 문을 닫아 둡니다. 그 안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을 쓰기 시작하면 그때 문을 열어 스스로 나오게 두면 됩니다.

억지로 안아서 거실로 데리고 나가는 건 도움이 안 됩니다. 나오는 시점은 아이가 정합니다. 애쉬는 사흘째부터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평소에 쓰던 물건을 새것으로 바꾸는 것도 이때는 미루시는 게 좋습니다. 집이 바뀐 것만으로도 변화가 큰데 화장실이나 방석까지 새것이면 기댈 데가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낡아서 바꿔야 한다면 적응이 끝난 뒤에 하시면 됩니다.

강아지 이사 적응, 몸으로 익히게 해주세요

반이는 반대였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으니 집 안 적응 자체는 빨랐습니다.

대신 밖이 문제였습니다. 산책 경로가 통째로 바뀌었고 배변하던 자리도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며칠은 짧게 자주 나갔습니다. 한 번에 멀리 가기보다 집 앞을 여러 번 도는 식으로 동네를 익히게 했습니다.

계단이나 현관 턱처럼 구조가 바뀐 부분도 봐야 합니다. 반이는 나이가 있어서 새집 현관 턱을 처음에 못 넘었습니다. 그 자리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나서야 혼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새 동네에서 다니게 될 동물병원도 미리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이사 직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 막막해집니다. 저는 이사하고 며칠 안에 가까운 병원을 한 번 찾아가 인사만 하고 왔습니다.

공통으로 봐야 할 것

며칠 동안 밥을 얼마나 먹는지와 배변 상태를 보시면 됩니다. 이 둘이 평소대로 돌아오면 적응이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밥 시간과 산책 시간은 이사 전과 최대한 똑같이 유지하는 편이 좋습니다. 집이 바뀌어도 하루의 리듬이 그대로면 아이가 기댈 곳이 남습니다. 잠자리 위치도 자주 옮기지 마세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사하면 동물등록 정보의 주소를 30일 이내에 변경 신고해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되고 수수료도 없는데, 이걸 놓치면 등록번호는 살아 있어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이 글은 반이, 애쉬와 이사를 겪으며 배운 것과 그 과정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수의사도 행동 전문가도 아니라 여기 적은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이사 후 며칠이 지나도 밥을 거의 먹지 않거나 소변을 보지 않는다면 적응 문제로만 보지 마시고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세탁기 뒤를 다시 보지 않아도 되기까지

지금 애쉬는 이 집 구석구석을 자기 영역으로 알고 지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두 주쯤 걸렸습니다.

이삿날 세탁기 뒤에서 애쉬를 꺼내면서 저는 겁이 났습니다. 이 아이가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일인 줄 몰랐거든요. 반이가 제 발밑을 떠나지 않는 걸 보면서는 안쓰럽기만 했는데, 애쉬 쪽은 종류가 다른 문제였습니다.

한집에 개와 고양이를 같이 키우면 대부분의 일을 함께 처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사만큼은 두 아이를 완전히 따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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